영화 ‘물괴’(감독 허종호)가 추석 극장가 대전의 포문을 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물괴’(감독 허종호)가 추석 극장가 대전의 포문을 연다. 기록 속에 남겨진 괴이한 짐승 물괴를 스크린에 구현해 ‘한국형 크리처 무비’ 탄생을 예고한다. 신선한 비주얼과 화려한 액션, 배우들의 열연을 앞세운 ‘물괴’가 추석 극장가 대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인왕산에 흉악한 짐승이 나타나 사람을 해쳤다 하옵니다. 그것을 두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짐승이라 하여 사물 물(物), 괴이할 괴(怪), 물괴라 부른다 하옵니다.”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물괴와 마주친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되고, 한양은 삽시간에 공포에 휩싸인다.

모든 것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영의정(이경영 분)과 관료들(박성웅 외)의 계략이라 여긴 중종(박희순 분)은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 분)을 궁으로 불러들여 수색대를 조직한다. 윤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김인권 분)과 외동딸 명(이혜리 분), 그리고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 분)이 그와 함께 한다. 물괴를 쫓던 윤겸과 수색대는 곧 실로 믿을 수 없는 거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데…

‘물괴’가 추석 극장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해당 영화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물괴의 압도적 존재감 ‘UP’

‘물괴’는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가 나타나 공포에 휩싸인 조선, 그리고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보거나 소리를 듣는 자들이 나타났고, 이 괴설이 나라를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내용의 조선왕조실록 기록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물괴’는 실존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장르물인 크리처(creature) 무비다. 국내에서는 2006년 영화 ‘괴물’이 대표적인 크리처 무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사극은 ‘물괴’가 처음이다. ‘물괴’는 온 나라를 공포로 휘감았던 괴이한 짐승을 이질감 없이 스크린에 구현해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괴이한 괴물이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잘 녹아들었고, 외국 영화 속 크리처와는 다른 ‘한국형 크리처’의 탄생을 알렸다.

물괴와 쫓고 쫓기는 액션은 극한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물괴가 나타나는 순간부터 긴박하게 전개되는 추격전, 화끈한 액션 등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가 펼쳐진다. 특히 물괴가 근정전을 헤집어 놓거나 광화문에 올라 포효하는 장면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해 감탄을 자아낸다.

‘물괴’에서 열연을 펼친 배우 김명민(위)와 (아래 왼쪽부터) 최우식 이혜리 김인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물괴 수색대의 수색대장 윤겸 역을 맡은 김명민은 화려한 액션뿐 아니라 외동딸 명을 지키는 부성애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윤겸의 충직한 부하 성한으로 분한 김인권은 특유의 코믹 연기로 극의 웃음을 담당한다. 김명민과의 호흡도 흠잡을 곳 없다. ‘물괴’로 스크린 데뷔전을 치른 이혜리는 윤겸의 딸 명 역을 맡아 발전된 연기력을 보인다. 몇몇 어색한 장면도 있지만, 처음 도전한 사극과 액션 연기에서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밝고 당찬 명 캐릭터와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허 선전관으로 분한 최우식도 명의 마음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팔색조 매력을 발산한다.

조연들도 탄탄하다. 내금위 부장이자 심운(이경영 분)의 오른팔 진용 역을 맡은 박성웅은 윤겸과 끊임없이 대립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물괴 출몰 후 윤겸을 다시 한양으로 불러들이는 중종으로 분한 박희순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나약함 속에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로 왕의 매력을 부각시킨다. 권력에 눈이 멀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영의정 심운을 연기한 이경영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 조선명탐정? ‘DOWN’

‘물괴’ 속 괴물의 형상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본 적 없는 괴이한 비주얼이지만 조선 시대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구현해내며 영화에 잘 녹아들었다. 그러나 영화 자체가 주는 느낌은  새롭지 않다. 뻔한 전개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고 해피엔딩을 위한 결말도 진부하다. 특히 물괴를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김명민의 대표작 ‘조선명탐정’을 떠올리게 해 아쉬움을 남긴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물괴’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총평

색다른 소재를 새롭지 않게 풀어낸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는다. 진부한 결말도 아쉽다. 그러나 배우 김명민은 ‘연기 본좌’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극을 이끌고, 다른 배우들도 제 몫을 해낸다. 크고 작은 액션 신도 볼만하다. 무엇보다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 물괴는 등장부터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광화문 위에 올라 포효하는 장면에서는 물괴의 ‘물오른 연기력’에 감탄을 자아낼 정도. 오는 12일 개봉.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