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친구들과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는다. 저녁 식사를 시작한다. 모두 스마트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저녁을 먹는 동안 오는 전화와 문자, 메신저 등 모든 것을 공유한다. 완벽한 ‘친구’였던 우리는 이제 완벽한 ‘타인’이 된다.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이 베일을 벗었다. 휴대폰 잠금 해제라는 신선한 소재와 공감을 부르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평단과 언론 사이에서는 호평 일색이다. 관객들의 취향도 저격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오랜만의 커플 모임에서 한 명이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통화 내용부터 문자와 이메일까지 모두 공유하자고 한 것.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는데…

▲ 러닝타임 순삭 ‘UP’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 감독 파올로 제노베스)를 한국 정서에 맞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완벽한 타인’은 40년 지기 고향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배우자로 구성된 7명의 인물들의 비밀이 하나둘 벗겨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집들이를 배경으로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115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순삭’(순간 삭제)할 정도로 몰입도 높은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연출을 자랑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영화의 특별한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러닝타임 내내 흐르는 긴장감이다. 누구의 비밀이 언제, 어떻게 드러날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인물들의 치열한 심리전과 눈치 싸움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스릴이 넘친다. 또 관객들로 하여금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공감대를 자극, 몰입도를 높인다.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은 ‘완벽한 타인’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염정아(위 왼쪽)와 유해진, 조진웅(아래 왼쪽)과 윤경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은 ‘완벽한 타인’을 이끌어가는 힘이다. 염정아(위 왼쪽)와 유해진, 조진웅(아래 왼쪽)과 윤경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웃음 타율도 높다. 영화는 완벽한 부부, 완벽한 친구인 줄만 알았던 이들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완벽한 타인이 될 위기에 처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위기를 모면하려 해명을 하거나, 타인에게 온 메시지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모습, 핸드폰에 물을 엎는 등 자신의 치부를 들키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애처로우면서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뻣뻣한 바른 생활 표본 변호사 태수 역의 유해진, 모임의 리더이자 성형외과 의사 석호로 분한 조진웅, 사랑이 넘치는 꽃중년 사장 준모를 연기한 이서진, 은근 소외되는 다혈질 백수 영배 역의 윤경호는 현실 절친 같은 ‘케미’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특히 유해진과 윤경호의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는 ‘핑퐁 게임’은 영화의 킬링 포인트다.

문학에 빠진 가정주부 수현으로 분한 염정아와 잠금 해제 게임을 제안한 정신과 의사 예진을 연기한 김지수는 흡입력 있는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수의사이자 모임의 막내 세경을 연기한 송하윤은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뒤지지 않는 연기력을 발휘한다.

▼ 허무한 결말 ‘DOWN’

쉴 새 없이 웃음과 긴장감을 유발하며 빠르게 달려가던 이야기는 다소 허무한 결말에 도달한다. ‘완벽한 타인’이 선택한 결말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한정된 공간에서도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완벽한 타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정된 공간에서도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완벽한 타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총평

공감은 힘이 세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소재로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그리고 비밀의 삶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웃픈’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정된 공간에서도 쫄깃한 긴장감으로 몰입도를 높이고, ‘빵’ 터지는 웃음 코드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결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진리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말맛’이 살아있는 차진 대사들과 배우들의 완벽한 하모니는 ‘완벽한 타인’을 풍성하게 채운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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