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해당 영화 포스터.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해당 영화 포스터.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최선을 다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양해해주길 바란다.” 배우 이범수가 첫 제작에 나선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한 뒤 전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보려 해도, 쉽지가 않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복동이라는 신선한 인물, 3.1절 10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애국 소재, 배우들의 피나는 노력, 13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까지. 그럴싸한 요소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섰지만, 그 어느 것도 빛을 내지 못한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는 조선의 민족의식을 꺾고 그들의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조선자전차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일본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엄복동(정지훈 분)의 등장으로 일본의 계략은 실패로 돌아가고, 계속되는 무패행진으로 민족 영웅으로 떠오른 그의 존재에 조선 전역은 들끓기 시작한다.

때맞춰 애국단의 활약까지 거세지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엄복동의 우승을 막고 조선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최후의 자전차 대회를 준비하는데… 일제강점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한일전이 시작된다!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엄복동 역을 연기한 정지훈(비) 스틸컷.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엄복동 역을 연기한 정지훈(비) 스틸컷.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 엄복동을 알리다 ‘UP’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자전차 대회로 민족의 정신을 말살시키려 했던 일본의 계략을 완전히 무너뜨린 인물이다. 일본 선수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며 조선의 자긍심을 높인 것. 1913년부터 공식적인 자전차 대회에 출전해 백전무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그는 일제를 향한 분노를 분출시키는 돌파구이자 민족의 영웅이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복동의 삶을 영화화함으로써 흥미를 자극한다.

스크린에 구현된 자전차 경주는 박진감이 느껴진다. 흙바닥을 달려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치열한 몸싸움까지 견디며 펼치는 선수들의 경기가 꽤 긴장감 있고 흥미롭게 담겼다. 특히 영화 속 모든 경주 장면을 직접 소화하며 실제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한 정지훈의 피나는 노력이 엿보인다.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호흡을 맞춘 이시언(왼쪽)과 정지훈 스틸컷.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호흡을 맞춘 이시언(왼쪽)과 정지훈 스틸컷.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 총체적 난국 ‘DOWN’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올해 스크린에는 애국 열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영화들이 등장, 애국심을 고취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위인들 외에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희생했던 수많은 평범한 민중들의 모습을 재조명하며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자전차왕 엄복동’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엄복동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애국심을 자극하며 ‘의미’있는 영화로 남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재미도, 감동도 그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다. 특히 억지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무리수 설정’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영화 말미 엄복동을 지키기 위해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애국가를 열창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또 자전차 경주 사건이 1919년 3.1운동의 계기가 된 사건으로 포장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역사’를 떼고 영화적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아쉬운 점 투성이다.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라인 탓에 흐름이 뚝뚝 끊기고, 지나치게 과장된 캐릭터 설정도 몰입을 방해한다. 진부하고 유치한 전개가 러닝타임 내내 이어진다. 어색한 CG 처리와 매끄럽지 않은 장면 전개 등 영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수정 작업이 남아있다고는 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다.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활약한 (왼쪽 위부터) 고창석·김희원·민효린과 강소라(오른쪽 위)·이범수 스틸컷.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전차왕 엄복동’에서 활약한 (왼쪽 위부터) 고창석·김희원·민효린과 강소라(오른쪽 위)·이범수 스틸컷.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의 활약도 아쉽다. 엄복동으로 분한 정지훈을 비롯해 강소라(김형신 역)·김희원(사카모토 역)·고창석(안도민 역)·이시언(이홍대 역)·민효린(경자 역)·이범수(황재호 역)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함께 했지만, 어떠한 시너지도 뿜어내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발 연기’는 없지만, 완벽하게 캐릭터에 녹아든 이도 없다.

◇ 총평

메가폰을 잡은 김유성 감독은 ‘자전차왕 엄복동’을 통해 블록버스터, 스포츠 영화의 역동성, 로드 무비 정서, 로맨스 등 여러 층위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에서 다 그려내지 못한 엄복동의 삶을 다시 한 번 영화로 담고 싶다며 시즌2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문제점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김유성 감독. ‘자전차왕 엄복동’의 가장 큰 문제다. 러닝타임 117분,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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