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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어린 의뢰인] 어른들의 죄책감, 그리고 반성
2019. 04. 3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이 베일을 벗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감독 장규성)이 베일을 벗었다.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의 현실을 통해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반성과 죄책감을 이야기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어린 의뢰인’이 무관심한 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2013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실화!
“제가 동생을 죽였어요.”
 
인생 최대 목표는 성공뿐인 변호사 정엽(이동휘 분). 주변에 무관심한 그에게 다빈(최명빈 분)과 민준(이주원 분) 남매가 자꾸 귀찮게 얽힌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형 로펌 합격 소식을 듣게 된 정엽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게 된다.

10살 소녀 다빈이 7살 남동생을 죽였다는 충격적인 자백. 뒤늦게 미안함을 느낀 정엽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다빈 엄마 지숙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 묵직한 메시지 ‘UP’

‘어린 의뢰인’은 오직 출세만을 바라던 변호사 정엽이 7살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 다빈을 만나 마주하게 된 진실에 관한 실화 바탕의 감동 드라마다.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실제 발생한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모티브로 한 ‘어린 의뢰인’은 때로는 불편하고 보기 힘든 진실이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선 시선으로 짚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어린 의뢰인’에서 열연을 펼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역배우 이주원과 최명빈, 그리고 배우 이동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에서 열연을 펼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역배우 이주원과 최명빈, 그리고 배우 이동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아이는 어른들에게 계속해서 도움을 청한다. 살려달라고, 엄마가 목을 졸랐다고. 그러나 그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없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한테 한 대 맞았다고 신고를 한다”며 혀를 내두르는 경찰, 상담을 청하는 아이를 외면하는 담임선생님, 아이의 울음소리에 “또 시작”이라는 이웃 주민들까지…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아이들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우리 사회와 꼭 닮아있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주변에 무심했던 정엽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그런 그가 점차 변하는 모습을 통해 영화는 ‘죄책감’과 ‘반성’을 느끼게 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또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는 인물로 그려지는 지숙을 통해 폭력에 정당한 이유는 없으며 아동을 상대로 한 폭력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전한다.

‘어린 의뢰인’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 이동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에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 이동휘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동안 주로 코믹한 캐릭터로 유쾌한 매력을 발산했던 이동휘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에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까지 더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사건의 방관자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는 정엽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 몰입도를 높인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였지만, 자신만의 개성으로 완벽 소화해낸 이동휘다.

유선의 연기 변신도 관람 포인트다. 다빈과 민준 남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두 얼굴의 엄마 지숙으로 분해 이제껏 보여준 적 없었던 강렬한 악역 연기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다정하고 상냥한 태도를 보이다가 집 안에서 돌변하는 이중적인 캐릭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완벽히 소화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아역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특히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 다빈으로 분한 최명빈은 아역답지 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민준을 연기한 이주원도 천진난만한 일곱 살 소년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표현하며 마음을 흔든다. 정엽의 누나 미애 역을 소화한 고수희와 변호사 문정으로 분한 서정연, 다빈과 민준 남매의 친부 종남을 연기한 원현준도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채운다.

‘어린 의뢰인’에서 강렬한 악역을 소화한 유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린 의뢰인’에서 강렬한 악역을 소화한 유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자극적 묘사 ‘DOWN’

폭력 묘사의 수위가 다소 높아 불편함을 안긴다. 아동학대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엿보이지만,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 잔인하고 가혹해지는 계모의 행태를 꼭 직접적으로 표현했어야만 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총평

다소 잔인하고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아동학대 장면들이 몇몇 포함돼있어 아쉬움을 준다. 아동 학대라는 무거운 소재가 주는 답답함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될 메시지를 던지며 묵직한 여운을 남기고, 지금의 우리를 반성하게 만든다.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이동휘의 새로운 얼굴이 반갑다. 러닝타임 114분, 오는 5월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