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16일 인플루언서산업협회가 창립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나선다. 사진은 이날 창립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인플루언서산업협회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인플루언서(Influencer).’ 페이스북, 유튜브 등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을 일컫는 말이다. 미디어 생태계 변화 속에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생산하는 컨텐츠는 사회·경제적으로 파급 효과를 내고 있으며, 이들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은 빠르게 팽창 중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비단 광고 시장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 인플루언서는 유통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메가 인플루언서는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거나 브랜드를 런칭해 유통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인플루어선들의 일탈 행위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규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 인플루언서산업협회 출범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 바꾼다" 

하지만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섣부른 규제 논의는 산업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인플루언서산업협회 활동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인플루언서산업협회가 발족했다. 정부와 국민, 인플루언서 사이를 잇는 다리가 돼 올바른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또 공익적인 캠페인을 전개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안진걸 소장은 인플루언서 산업 육성이 자영업자과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자는 16일 안진걸 소장과 함께 인플루언서산업협회 창립 기념식을 찾았다. 인플루언서산업협회는 이날 서울시 중구 소재의 정동1928 2층 대회의실에서 창립 기념식을 열었다. 협회 초대 회장은 서울시 디지털보좌관·상지대 외래교수 등을 지낸 김현성 디지털 사회혁신연구소장이 선임됐다. 김현성 회장은 준비위원장으로서 협회 발족을 이끌어온 인사다.

김현성 인플루언서산업협회장이 16일 창립기념식에서 협회 설립 취지와 목표를 설명하고 있다. /이미정 기자 

이날 행사에는 협회 상임 고문을 맡은 드링크 인터내셔널 김일주 회장을 비롯해 △인태연 대통령비서실 자영업비서관 △경기도 주식회사 이석훈 대표 △(재)서울디지털재단 고한석 이사장 △신한은행 이병철 부행장 △한국생산성본부 최상록 본부장, 인플루언서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김현성 회장은 ‘함께 만드는 변화’를 협회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크게 전문성과 공공성, 시장성, 사회성 등 4대 부문에서 △지원 정책 입법 추진 △법률‧회계 자문 △교육 사업 △공익 캠페인 등 협회의 10대 주요 사업과 비전을 제시했다. 

그 예로 인플루언서 양성 육성 사업인 ‘윤다훈도 한다’를 통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간 유통 활성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배우 윤다훈 씨는 인플루언서산업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됐다.윤 부회장은 인플루언서가 되는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할 예정이다.  

또 협회는 선한 인플루언서 확산을 위한 어워드 페스티벌, 사업담론 주도를 위한 글로벌 컨퍼런스 및 신남방국가 인플루언서 발굴을 통한 새로운 원조 사업 모델 구축까지 다각적 방안을 제시했다. 

협회는 인플루언서 간의 소통과 업무환경 개선을 통한 직업적 책임감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플루언서인 강경민 씨, 김선우 씨, 황지현 씨, 차보경 씨, 주홍진 씨는 협회 홍보대사로 선정됐다.  

협회는 인플루언서에는 필요한 법률적 자문이나 교육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에는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있도록 자율 규제와 정책 연구를 통한 산업 활성화에 힘쓸 방침이다. 

이날 김현성 회장은 “인플루언서산업협회는 단순 유명인이 아닌 널리 영향력을 가진 이들이 한데 모여 직업적 책임과 소양을 다하고 세상을 바꿀 새로운 변화의 기틀을 닦아 나가고자 공식 출범했다”라며 “제도나 사회 전방위적 지원을 통한 순기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은 협회의 역할론에 기대를 보냈다. 인 비서관은 협회의 출범에 대해 “새로운 바다에 창조의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인플루언서의 결심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에만 몰두하는 기존 산업 생태계와는 다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사진 왼쪽에서 첫번째)은 “인플루언서 자체가 중소기업이면서 자영업자”이라며 “이들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중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왼쪽부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이재영 인플루언서산업협회 부회장, 윤다훈 부회장, 임세은 민생경제연구소 공동소장, 김현성 인플루언서산업협회장 /이미정 기자 

정부 차원에서도 소상공인 크리에이터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 인 비서관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 크리에이터 1,000명을 육성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정부도 새로운 인플루언서를 지원하고 지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항후 협회와 소통을 통해 인플루언서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협회 차원의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길 바랬다.  

◇ 인플루언서산업 육성… 중소ㆍ자영업자에게 새로운 돌파구 

기존 중소기업과 연계한 산업 육성도 기대됐다. 이날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는 “협회와 연계해 도내 중소기업 지원과 크리에이터 육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을 위해 경기도와 도내 경제단체 등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경기도주식회사도 인플루언서 육성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내 미디어 학과와 맘 카페를 연계한 인플루언서 육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도내 중소기업 마케팅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협회 수장인 김현성 회장은 인플루언서 산업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도 혁신 성장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김현성 회장은 “기존 사업구조 안에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유통플랫폼과 마케팅의 한계에 부딪쳐 성장의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이런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산업 주도권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업계가 먼저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드러냈다. 김 회장은 “현재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은 대기업이 주도적인 형편”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음에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협회는 인플루언서와 연계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게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인플루언서에 대한 육성 방안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김 회장은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일부 소비자들이 불신이 드러내고 있다”며 “협회에선 올바른 인플루언서를 육성하고 정부 기관과 연계해 제품을 보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차후 보험 시스템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인플루언서 자체가 중소기업이면서 자영업자”이라며 “이들이 살아남는 것 자체가 중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협회는 인플루언서를 육성함과 동시에 또 다른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을 돕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일종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에 이어, 또 다른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확장 시도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