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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고은의 성장통, 그리고 깨달음
2019. 08. 2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김고은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관객과 만난다. /CGV아트하우스
배우 김고은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관객과 만난다. /CGV아트하우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김고은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김고은은 엇갈리는 그 남자와의 인연을 지키고 싶은 미수로 분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팍팍한 현실에 대한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의 고민과 성장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극을 이끈다. 매 작품, 성장해서 돌아오는 김고은이다. 

김고은은 영화 ‘은교’(2012, 감독 정지우)로 데뷔한 뒤 영화 ‘몬스터’(2014, 감독 황인호), ‘차이나타운’(2015, 감독 한준희), ‘계춘할망’(2016, 감독 창감독), ‘변산’(2018, 감독 이준익) 등과 드라마 ‘치즈인더트랩’(2016), ‘도깨비’(2016~2017)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과 스타성을 입증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도 김고은의 새로운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레트로 감성 멜로다. 올여름 극장가 유일한 멜로로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로 분한 김고은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로 분한 김고은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김고은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미수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1994년 기적 같은 첫 만남 이후 닿을 듯 닿지 않는 현우와의 엇갈리는 인연에 불안해하는 모습부터 불완전한 자아 속 사랑과 자신을 찾아나가는 미수의 성장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데뷔 8년 차인 김고은은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과 매력으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특히 ‘은교’로 데뷔와 동시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왔다. 신드롬급 인기를 끌었던 ‘도깨비’를 통해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그는 이제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하지만 김고은은 최근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괜찮은 줄 알았던 일들이 쌓이고 쌓여 상처가 됐고,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그러나 그는 회피하지 않았다. 힘들었지만 더 몰입했고, 더 치열하게 연기했다. 그렇게 김고은은 또 한 뼘 성장해있었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펼친 김고은. /CGV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펼친 김고은. /CGV아트하우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고은은 실제로 자신이 겪은 내면의 고민과 성장을 담아 미수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유열의 음악앨범’ 어떤 점에 끌렸나.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어떤 큰 사건이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지는 않았지만, 두 인물의 고민과 내면의 정서들, 그것들을 해결해나가고 성장해나가는 과정들이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공감이 많이 됐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잔잔하지만, 공감의 힘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다.”

-미수의 캐릭터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가장 조심스럽게 다가갔던 인물이었다. 일상의 인물을 연기한다고 해도 영화적인 요소나 사건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영화적인 인물이 되는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일상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더 밀접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다. 무언가 구축을 많이 하면 캐릭터적인 면에 더 중점을 둘 것 같았다. 그래서 미묘한 기운의 변화에 중점을 뒀고,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정지우) 감독님이 정확하게 미수가 어떤 인물인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많이 맡겨준 부분들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미수와 더 밀접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한 인물의 모습을 담아야 했다. 각 시대별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가장 경계했던 부분은 영화적인 허용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헤어스타일이나 의상도 조금씩만 변화를 줬다. 나만 놓고 봤을 때도 10년 전과 크게 차이가 있지 않다. 목소리의 톤이나 말투도 비슷하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기운이 달라졌다는 말을 하더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장하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생긴 변화들이 드러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점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

김고은이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소감을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김고은이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소감을 전했다. /CGV아트하우스

-그 시대를 작품을 통해 경험하면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익숙해져서 그 시대의 생활이 답답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휴대폰이 생겼고 친구들 만날 때 집 전화로 전화해서 약속을 잡고 마냥 기다리고 그랬다. 그때는 그런 시간들을 답답하다고 느끼지 못했으니까. 옛날 생각이 나면서 좋았다.”

-정지우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했는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두 번째 같이 한 배우이니까 저에 대한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지우 감독님이 디렉션을 명확하게 주는 편이 아니다. 배우가 고민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많이 열어주고, 테두리를 쳐주는 디렉션을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대화가 필요한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를 할 때는 내가 감독님의 말을 빨리 알아들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은교’ 이후 해마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였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감독의 디렉션을) 빨리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정해인과의 호흡은 어땠나.
“상대에 대한 배려를 갖고 있는 파트너끼리 만나면 호흡이 안 맞는 경우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해인이) 그런 상대인 것 같다. 그런 점을 서로 알고 있고, 신뢰가 있기 때문에 촬영을 하면서 어려운 지점이나 순간을 만났을 때 함께 잘 넘어갈 수 있었다. 힘이 많이 됐다.”

-극 중 은자 역을 맡은 김국희와의 ‘케미’도 좋았다. 
“너무 좋았다. (김국희는) 정말 좋은 사람이고 좋은 배우다. 같이 연기를 하면서, 국희 언니의 표정을 보고 울컥했던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 부분이 화면에서 보기에 미수와 은자가 더 끈끈하고 애틋하게 보일 수 있게 만들어준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김고은이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CGV아트하우스
김고은이 슬럼프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CGV아트하우스

-과거 인터뷰에서 20대 배우 생활을 치열하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는데, 계획한 대로 20대를 보냈나. 
“스물아홉 살이 됐다. 내년이면 서른이다. 수많은 인터뷰에서 20대가 연기의 기복을 줄이는 시기라고 생각을 해서 그러려면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겠다고 했다. 많이 깨져도 된다는 생각이 컸다. 운이 좋게 남들보다 빨리 주연을 시작을 했기 때문에 부족한 지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드러나더라도 많은 다양하게 해서 30대가 됐을 때는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다. 제 나름대로는 치열하게 도전도 많이 하고 용기 있는 선택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이 있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30대가 됐다고 해서 갑자기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쌓여서 한 작품 한 작품 해나갈 때마다 조금의 성장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도깨비’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고.
“꼭 ‘도깨비’ 이후에 왔던 것은 아니고,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찾아왔다. ‘도깨비’ 전에 힘들었던 시간이 훨씬 많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과 오해가 너무 많았다. 오히려 그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버티자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 단순한 성격에 정신력이 강하다고 생각했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상처받지 않고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몇 년 쌓이다 보니 한꺼번에 터지더라. 그런 상태로 작품을 하는 건 민폐일 것 같다는 시기도 있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내가 작품을 안 하면 이런 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작품을 안 할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한 본질을 흐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변산’을 결정했다. 주인공이 아니었기 때문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고, 그 시기에 ‘변산’을 만나서 회복을 했다. 그렇게 잘 넘겼던 것 같다.”

-그 시기를 지난 지금, 배우로서의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지금은 다작을 하는 게 꿈이다. 배우 생활을 하는 동안,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작품이 잘 되고 좋은 연기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해나가고 싶다. 작품을 할 때마다 하나씩 깨달음이 생긴다.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다음 작품에서는 내가 반성했던 것을 다시 하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퇴보하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