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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결과 분석
[21대 총선 결과 분석③] 사표로 수백만표 증발… 연비제 무용론 솔솔
2020. 04. 24 by 정호영 기자 sunrise0090@sisaweek.com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가 끝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지와 투표관계서류 등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가 끝난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다목적배드민턴체육관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지와 투표관계서류 등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진보·보수진영 표심이 총결집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양당구도 위주로 치러진 4·15 총선이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전국 253개 지역구 선거에서 통합당은 84석을 얻은 반면, 민주당은 두배에 가까운 163석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확보한 의석만큼 압도적 다수의 국민 지지를 받은 것일까. 과연 이번 총선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선거일까.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4·15 총선 개표 결과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는 49.9%, 통합당 후보는 41.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득표수로 따지면 민주당은 1천434만5425표, 통합당은 1천191만5277표를 얻었다. 득표수와 득표율 차이는 각각 243만148표와 약 8.4%p인데 양당 지역구 당선자는 79석이나 벌어졌다.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3%p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접전지가 24곳이며, 이 중 단 1,000표 차이로 희비가 갈린 지역구도 4곳이다. 예컨대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꼽혔던 서울 광진을의 경우, 고민정 민주당 당선인(50.3%·5만4210표)은 오세훈 통합당 후보(47.8%·5만1464표)를 2.5%p차로 이겼다.

승자독식형 소선거구제에 양당 쏠림 현상이 어우러지면서 상당한 사표(死票)가 쏟아진 것이다.

민의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자는 취지로 논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난해 범여권 의견 조율 과정에서 ‘준’이 붙은 누더기가 됐다. 연동률은 절반 적용, 지역구 연동 의석수는 30석으로 제한했다. 범여권은 선거법 개정 반대에 나선 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밀어붙이기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출현을 촉발시켰다.

결국 민주당도 비례정당 대열에 동참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양당 쏠림을 가속화하는 촉매로 전락했다.

총선 당일 48.1cm에 달하는 투표지에는 무려 35개 정당의 이름이 올라갔다. 비례대표 의석(47석) 확보를 위해 우후죽순 탄생한 신생정당들과 제3지대를 표방한 정당 등 기존 군소정당들은 초토화됐다. 개표 결과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 득표율 기준 3%를 충족한 정당은 5개에 불과했다.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 미래한국당이 19석으로 36석을 독식했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 표의 비례성을 강화하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그밖에 정의당 5석·국민의당 3석·열린민주당이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바꿔 말해 30개 정당이 3%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생당은 75만8778표(득표율 2.71%)를 받았지만 이 표는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했다. 민생당을 포함한 30개 정당이 얻은 표만 304만3794표다. 무효투표 수 122만6532표를 합산하면 정당 투표에서 등장한 사표만 427만326표에 달한다.

당락 여부가 분명한 선거에서 사표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소선거구제 및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선거였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사표가 극단적으로 많았다”며 “정당득표에서의 사표뿐 아니라 소선거구제의 한계도 많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실시한 선거제는 ‘연비제’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전세계에 이런 기형적 제도가 있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취지를 살리려면 비례대표와 지역구 의석을 반반씩 한다든지 비례 의석을 지역구 대비 3분의 1 이상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그러려면 전체 의석을 늘리거나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데 둘 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연비제를 하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