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보건교사 안은영’, 어서와 ‘젤리 세상’은 처음이지?
2020. 09.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마쳤다. (왼쪽부터) 남주혁‧정세랑 작가‧이경미 감독‧정유미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마쳤다. (왼쪽부터) 남주혁‧정세랑 작가‧이경미 감독‧정유미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책장 안 판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엉뚱한 상상력으로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원작의 정세랑 작가와 이경미 감독이 의기투합했고, 배우 정유미와 남주혁이 힘을 더했다. 전 세계 시청자를 홀릴 수 있을까.   

24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 이경미 감독과 정세랑 작가, 배우 정유미‧남주혁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이를 해결해가는 판타지다.

2013년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과 2019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정세랑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보건교사 안은영’은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을 연출한 이경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정세랑 작가가 각본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이경미 감독은 원작을 영상화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 감독은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데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소설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걱정도 되고 책임감도 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즐기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평소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해오던 이경미 감독은 “다른 작가의 이야기를 구현해내는 일이 처음이었는데, 어떤 작가의 상상력을 빌려 새로운 것을 덧붙이고 그 상상력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분석하는 재미가 있더라”면서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젤리로 가득한 세상을 보여줄 ‘보건교사 안은영’ 스틸컷. /넷플릭스
젤리로 가득한 세상을 보여줄 ‘보건교사 안은영’ 스틸컷. /넷플릭스

이경미 감독은 시리즈의 주요한 소재인 ‘젤리’ 구현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 소설을 시리즈화하면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이 뭔가 했을 때 젤리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CG 분량을 늘리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경미 감독은 가장 먼저 1953년 조셉 페인 브레넌의 소설에서 최초로 등장한 슬라임 몬스터부터 가까이는 ‘포켓몬스터’의 메타몽까지 문학‧영화‧게임 등 문화 전반의 미디어에서 다뤄진 젤리형 몬스터의 계보를 정리했다.

이후 물이끼, 나무 수액 등 실제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생물들의 형태와 특징을 연구해 작품 속 젤리들의 일반적인 특징을 만들고 적용했다. 이 감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젤리를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다. 이에 대해 정세랑 작가는 “창작자는 동시대 사람에게 말을 거는 직업인데, 평소에는 곁에 있는 분들에게만 걸다가 전 세계분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너무 특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경미 감독은 “원작 소설 안에 이국적인 판타지 요소와 한국적인 소설들이 이미 유기적으로 잘 결합돼 있었다”며 작품 속에 녹아있는 한국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봉숭아 물들이기나 침술원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가 다른 이들에게 낯설고 궁금증이 생기면 재밌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보건교사 안은영’로 뭉친 남주혁(왼쪽)과 정유미.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로 뭉친 남주혁(왼쪽)과 정유미.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 기대를 모으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배우 정유미와 남주혁의 만남이다. 먼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정유미는 인간에게 해로운 젤리를 무찌르는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분해 다시 한 번 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유미는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엉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도 있었는데, 그것이 재기발랄해서 너무 좋았다”며 “여러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 그 안에 따뜻함이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영상화된다고 했을 때 궁금증도 있었고, 캐스팅 제안이 와서 감사했다.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소설에서 느낀 감동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보건교사 안은영’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정유미는 특이하고 엉뚱한 성격을 가진 안은영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경미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쌓아나갔다. 또 여러 소품을 활용한 액션은 물론, 와이어 액션도 불사하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그는 “연기하면서 은영이 안타깝기도 했다”며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게 꼭 좋을 것만 같진 않았다. 많이 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꿋꿋이 나아가는 은영을 보며 큰 힘이 됐고, 위안을 얻었다”고 안은영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소감도 전했다. 정유미는 “사실 내가 꿈꿨던 액션은 이런 건 아니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은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희한한 액션을 경험했다”며 “이렇게 시작하게 된 운명을 받아들였다.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남들 눈엔 이상해 보일 수 있는 몸짓이지만 나에겐 뜻깊은 작업이었다”며 웃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안은영의 기를 충전해 주는 홍인표 역은 남주혁이 맡았다. 홍인표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설립한 학교에 재직 중인 한문 교사로, 우연한 계기로 자신이 안은영의 기를 충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젤리가 가득한 학교를 안은영과 함께 돌보게 되는 인물이다.

남주혁은 다른 이에게 에너지가 되는 존재를 연기한 것에 대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고 나로 인해 행복해지고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했다”며 “평소엔 평범한 인물처럼 지내다가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라고 느꼈을 때 홍인표의 또 다른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문교사 역할에 대해서는 “교사이긴 하지만 수업을 하기보다 안은영을 만난 뒤부터 학교를 지키기 위해 밖에 있던 시간이 많았다”며 “그래서 한문교사 역할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정유미와 남주혁은 서로의 호흡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정유미는 “이렇게 빨리 남주혁과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재밌는 이야기로 만나게 돼서 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생각하고 있던 혹은 계산하지 못했던 것을 상대의 액션을 통해 리액션 하게 되는데, 남주혁의 도움을 많이 받아 화면에 잘 살려낸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남주혁도 “(정유미와) 호흡이 정말 좋았다”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촬영에 들어가도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래서 은영과 인표의 ‘케미’가 잘 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유미를 통해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나는 잘 따라가기만 했을 뿐이다. 따라가다 보니 정말 좋은 시너지가 나온 것 같다”고 화답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이경미 감독은 “일상을 살면서 힘들다거나 내 운명이 박복하다고 느껴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은영을 떠올리며 작은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