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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원더풀 ‘미나리’, 빛나는 이유
2021. 02. 2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미나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이삭 감독‧스티븐 연‧윤여정‧한예리. /판씨네마
‘미나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이삭 감독‧스티븐 연‧윤여정‧한예리. /판씨네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함께 이뤄낸 작품.”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열풍 뒤엔 팀 ‘미나리’의 단단한 팀워크가 있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으로, 하나의 팀으로 서로를 믿고 의지한 덕에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은 ‘값진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따라 미 아칸소주의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미국 영화사가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작 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할리우드 영화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배우 한예리‧윤여정 등이 열연했다.

‘미나리’는 일찌감치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 낭보를 전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자국 영화 경쟁 부문(U.S. Dramatic Competition) 심사위원 대상(The Grand Jury Prize)과 관객상(The Audience Award) 2관왕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에 오르면서 전 세계 74관왕 157개 노미네이트를 기록,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또 오는 4월 열리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유력 후보작으로 꼽히고 있어 영화인들의 이목이 쏠린다.

오는 3월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26일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작 정)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한예리‧윤여정 등 ‘미나리’의 주역들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과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를 향한 남다른 애정과 무한한 신뢰를 드러내는 이들의 모습에서 팀 ‘미나리’의 끈끈한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 /판씨네마
‘미나리’를 연출한 정이삭 감독. /판씨네마

◇ 모두가 하나의 힘으로

이날 정이삭 감독은 “많은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면서 “한국 관객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전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고 신기하다”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로 “인간의 보편적인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극 중 가족이 겪는 다양한 갈등과 고충을 공감해 주는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관객이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배우들이 훌륭했다”며 “모든 배우들이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각자의 배역을 잘 소화해 줬다. 얼굴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해 준 덕”이라며 주역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다 예술인이 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면서 “‘미나리’는 우리 모두가 함께 해낸 콜라보 작품이다. 하나의 힘으로 같이 이뤄낸 작품”이라고 배우 그리고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연기상 26관왕이라는 대업을 기록하고 있는 윤여정. /판씨네마
연기상 26관왕이라는 대업을 기록하고 있는 윤여정. /판씨네마

◇ 원더풀, 윤여정!

정이삭 감독의 말처럼, 배우들은 빛나는 앙상블로 ‘미나리’를 완성해냈다. 아빠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과 엄마 모니카로 분한 한예리, 큰딸 앤을 연기한 노엘 케이트 조와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 역의 앨런 김 그리고 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까지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내며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가족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특히 윤여정은 선셋 필름 어워즈와 보스턴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밴쿠버 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까지 연기상 26관왕이라는 대업을 쌓고 있다. 여기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꼽히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여정은 “축하해줘 감사하다”라더니 “그런데 지금 트로피는 한 개 받았다. 그래서 실감을 못하고 있다. 내가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나라가 넓으니까 상이 많구나 그런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할머니 순자는 극의 웃음을 담당함과 동시에, 제이콥 가족의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로 극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의 할머니를 모델로 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의 할머니를 흉내 내야 하느냐고 물어봤다”며 “그런데 절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더라. 그때 정이삭 감독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자유를 얻었다. 함께 만든 캐릭터”라고 말했다.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오른쪽) 스틸컷. /판씨네마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오른쪽) 스틸컷. /판씨네마

순자는 윤여정을 만나 더욱 전형적이지 않은 할머니로 완성됐다. 삶은 밤을 입으로 까서 손주에게 건네주는 장면이나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순자의 모습 등은 윤여정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의 명대사 ‘원더풀, 미나리’ 역시 그의 생각이었다.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이 의견을 존중해줬다”며 “내가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실제 입으로 밤을 까서 손주에게 주는 할머니의 모습을 봤다. 또 한국할머니가 바닥에서 자지 않나. 귀한 손주와 함께 침대에서 자지 않을 것 같아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더풀, 미나리’는 영어를 몰라도 ‘원더풀’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 제안했다”라더니 “그러고 보니 내가 한 게 많네”라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연기 인생 55년인 윤여정에게도 ‘미나리’는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놀라움을 준 작품”이라며 “촬영할 때는 빨리 끝내고 시원한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영화가 공개되고 미국 관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공개가 되고 관객들이 우는데, 왜 우나 싶었다”며 “그런데 정이삭 감독이 무대에 올라 기립박수를 받는 것을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나더라. 나는 노배우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 이뤄내고 나보다 나은 것을 볼 때 애국심이 폭발한다. 내가 상을 몇 개를 받고 그런 것도 그렇고, 너무 놀라운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스티븐 연(왼쪽)과 한예리. /판씨네마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스티븐 연(왼쪽)과 한예리. /판씨네마

◇ 팀 ‘미나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미나리’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할리우드 작품이지만, 적은 예산이 투입된 영화로 배우와 제작진 모두 열악한 환경을 견뎌내야 했다. 특히 무더위와 싸우며 고된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 생활을 했던 팀 ‘미나리’는 촬영이 끝난 후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씻었다. 정이삭 감독과 배우들이 지금도 기억하고, 여전히 그리워하는 ‘원더풀’한 순간이다.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 여정 중 가장 ‘원더풀’한 기억을 묻자 “이 영화를 만들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마지막 장면을 끝내고 한예리, 스티븐 연과 부둥켜안았던 기억이 난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으로서, 하나의 팀으로서 해냈다는 느낌에 감동적이었다”고 답했다.

스티븐 연은 “원더풀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럼에도 가장 만족스럽고 좋은 순간을 꼽자면, 음식이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더 깊게 교감하고 마음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한예리 역시 “촬영 끝난 후 함께 먹던 식사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때 너무 좋았고 가장 그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에서 혼자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외롭고 너무 보고 싶다”며 “모두 정말 그립다. 빨리 코로나19가 괜찮아져서 다 같이 모여 밥 먹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

윤여정은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정이삭 감독이 크루들을 다 데리고 우리 숙소에 와서 큰 절을 시켰는데 그 순간이 정말 좋았고 기억에 남는다”며 “정말 큰 서프라이즈였다. 어디서 큰 절을 배웠는지. 정이삭 감독의 배려심이 느껴졌고, 제일 좋았던 순간이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가 관객에게도 ‘식탁’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미나리’는 매우 특별한 영화”라며 “촬영이 끝난 후에도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영화를 ‘식탁’에 비유하고 싶다. 항상 열려있다. 관객들이 언제든 와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여정은 “‘미나리’에는 조미료가 안 들어갔다”면서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그동안 양념이 너무 센 음식을 많이 먹어서 걱정인데, 그래도 건강하니까 한 번 잡숴봐라”고 덧붙여 큰 웃음을 안겼다. ‘미나리’는 오는 3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