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가 베일을 벗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가 베일을 벗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4의 시작을 예고하며 기대를 모았던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로 마블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 관객을 사로잡겠단 각오다. 마블의 흥행 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 

‘이터널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마블의 신작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던 ‘어벤져스’의 전설을 이어갈 작품으로,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안젤리나 졸리와 마동석을 비롯해 다양한 세대와 성별의 글로벌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다양성을 앞세웠으나 매력 없는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긴 ‘이터널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다양성을 앞세웠으나 매력 없는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긴 ‘이터널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높은 기대치 탓일까. 베일을 벗은 ‘이터널스’는 아쉽게도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내놨다. 가장 큰 문제는 지루하고 또 지루한 스토리 전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터널스 멤버들의 우정과 갈등, 사랑 등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반복적으로 그려져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메시지에 집중한 점도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깊이 있는 스토리와 엔터테이닝 요소의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하며 단순한 히어로물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던 ‘어벤져스’ 시리즈와 달리 ‘이터널스’는 다소 철학적이고 심오한 메시지에 더 초점을 맞췄다. 액션과 비주얼도 압도적이지 않다. 오락영화로서의 재미는 확실히 반감됐다. 

‘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돋보인다. 다양한 인종과 성소수자, 청각장애인, 10대 소녀 등으로 꾸려진 이터널스 멤버들은 앞으로 마블이 선보일 비전을 제시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인간을 사랑하는 사상가 히어로 세르시(젬마 찬 분)와 이터널스의 리더 이카리스(리차드 매든 분)가 주인공 중에서도 메인 캐릭터에 해당하는데, 관객을 끌어당기지 못한다. 히어로로서의 강력함, 주인공으로서의 매력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 

아쉬움을 채우는 건 (왼쪽부터) 안젤리나 졸리와 배리 케오간, 마동석.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쉬움을 채우는 건 (왼쪽부터) 안젤리나 졸리와 배리 케오간, 마동석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쉬움을 채우는 건 안젤리나 졸리와 배리 케오간, 그리고 마동석이다. 먼저 전쟁의 여신 테나로 분한 안젤리나 졸리는 전사로서의 카리스마는 물론, 과거의 기억으로 혼란스러워하는 모습까지 폭넓게 소화한다. 상대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드루이그 역을 맡은 배리 케오간도 극의 긴장감을 더하며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강력한 힘을 지닌 전사 길가메시 역을 맡은 마동석도 제 몫을 해낸다. 첫 할리우드 도전임에도 이질감 없이 극 안에 녹아든다. 특히 파워풀한 힘을 가진 모습과 다르게 친절하고 여유로운 마동석의 모습은 그동안 국내영화에서 많이 소비된 이미지지만, 무대가 달라지니 새로우면서도 반갑게 느껴진다. ‘빵’ 터지는 웃음도 그의 몫이다. 그래서 적은 분량이 더 아쉽게 다가온다. 러닝타임 155분,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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