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혁이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으로 돌아왔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배우 장혁이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으로 돌아왔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장혁이 영화 ‘강릉’(감독 윤영빈)으로 돌아왔다. 강렬한 악인의 옷을 입은 그는 ‘액션 장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은 물론, 무자비하면서도 입체적인 ‘빌런’을 완성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영화 ‘강릉’은 강릉 최대의 리조트 건설이라는 인생 역전 사업을 둘러싼 서로 다른 조직의 야망과 음모, 그리고 배신을 그린 액션영화다. 국내 최대 관광지이자 항구도시 강릉을 배경으로 두 조직 간의 치열한 대립이 펼쳐진다.  

장혁은 극 중 냉철함을 바탕으로 갖고 싶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해 온 민석으로 분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이번 ‘강릉’에서도 제 몫을 해낸다. 피도 눈물도 없이 악랄한 민석 캐릭터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로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개봉에 앞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장혁은 “누아르 장르에 매력을 느꼈지만, ‘빌런’이라는 포지션을 갖고 있는 민석을 색채감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강릉’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강렬한 빌런으로 돌아온 장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렬한 빌런으로 돌아온 장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단순한 악역 아닌, 연민 느껴지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촬영 시작 2년 반 전 ‘강릉’ 시나리오를 받았다는 장혁은 “누아르적인 느낌이 신선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사람 관계에 대한 여지를 표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르가 누아르라, 남자들의 의리나 액션적인 요소가 담겼지만 그 안에서 그들의 연대감이 깨져가며 느끼는 쓸쓸함 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영화 속 바다가 유독 쓸쓸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신선한 이야기 속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민석’이었다. 장혁은 “악의 축에 있는 민석이 길석(유오성 분)을 방해하는 요소, 벽 같은 존재인 게 좋았다”며 “그 인물에게 색채감이 있으면 어떨까 했다. 행동이 날카롭고 직선 방향으로 가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연민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굉장히 날카롭고 무자비한 행동을 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연민’을 담아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장혁은 “표면적인 부분이 직선적이고 선명하게 보이는 역할이었다”며 “그의 행동들이 발버둥으로 보였으면 했다. 어떤 욕심이나 야망이 아니라 저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측면을 어떤 장면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랜 고민 끝에 얻은 답은 ‘눈빛’이었다. 장혁은 “한 벌의 옷만 입고 하나의 색으로만 보여주고자 한 것도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느낌보다 눈빛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어딘가 머물러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초점이 풀린 듯한 눈빛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강릉’에서 현란한 액션을 보여준 장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강릉’에서 현란한 액션을 보여준 장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화려함 덜어낸,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의 액션”

드라마 ‘추노’부터 영화 ‘검객’까지, 시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액션을 보여준 장혁은 이번 작품에서도 처절한 액션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액션을 할 때 그 장면에 대해 무술감독과 상의하며 디자인을 함께 만든다”며 “이번 영화에서 액션은 화려함 보다 포획당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 칼을 들면서 날카로움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액션 연기를 완벽 소화해 온 그는 “오랜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며 ‘액션 장인’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하는 운동량을 늘렸다”며 “복싱을 오랫동안 해왔고 몸을 만든다기보다 정신을 다듬는 작업을 했다. 외적으로는 날카로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 감량을 조금 했다”고 말했다. 

민석과 대립 관계에 놓인 길석을 연기한 유오성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장혁과 유오성은  2015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 이후 6년 만에 재회해 한층 깊어진 연기 호흡으로 폭발적인 시너지를 완성했다. 

장혁은 “작품을 같이 한 배우들 간의 신뢰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사이보다 깊다”며 “‘장사의 신’을 통해 유오성 선배와 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신뢰를 갖고 임할 수 있었다”고 유오성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표했다. 

점점 더 깊어지는, 배우 장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점점 더 깊어지는, 배우 장혁.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나이 들면서 밀도감 짙어져”

장혁은 1997년 SBS 드라마 ‘모델’을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8년 KBS 2TV ‘학교’에서 반항아 캐릭터를 연기하며 주목을 받았고, ‘추노’(2010)로 연기 대상을 수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 ‘빛나거나 미치거나’(2015), ‘뷰티풀 마인드’(2016), ‘돈꽃’(2018), ‘나의 나라’(2019), ‘본 대로 말하라’(2020) 등과 영화 ‘화산고’(2001), ‘영어 완전 정복’(2003), ‘의뢰인’(2011), ‘감기’(2013), ‘순수의 시대’(2015), ‘보통사람’(2017), ‘검객’(2020)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올해로 데뷔 25년 차를 맞은 장혁은 “모든 작품, 캐릭터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지나고 나면 아쉬운 점도 보이고 결과와 상관없이 작품을 통해 쌓은 것이 밑거름이 됐다. 그렇게 걸어온 것 같다”고 지난 연기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화산고’ 촬영 당시 20대 초중반이었다”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앉던 의자에 ‘열정 장혁’이라고 써놨다. 열심히 채워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다부지게 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이제 40대 중반이 되니 그 시간 안에서 사람이 느끼는 생각과 가치관이 밀도감을 만든다는 걸 알았다”며 “젊을 때 보다 지금 나의 연기에 색채감이나 밀도가 더 깊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똑같은 대사를 해도 예전보다 무게가 실려 있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강릉’ 역시 장혁의 연기에 깊이를 더해준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그는 “쓸쓸하고 외로운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영화가 개봉하게 됐는데, 안전하게 관객들을 만나 빨리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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