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감독 제인 캠피온)가 극장에서도 관객과 만난다. 광활한 몬태나 초원에서 펼쳐지는 밀도 높은 심리극으로 관객을 매료할 전망이다.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압도적인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대 포인트다.   

1925년 미국 몬타나,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은 막대한 재력은 물론 위압적이고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어느 날, 그의 동생 조지(제시 플레먼스 분)가 로즈(커스틴 던스트 분)와 그의 아들(코디 스밋 맥피 분)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필은 동생의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에 분노한다. 필은 로즈의 아들을 볼모로 삼아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파워 오브 도그’는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경외와 동경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목장주 필, 어느 날 그의 동생이 새로운 부인과 아들을 집에 데려오면서 그의 인생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오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영화다. 

영화 ‘피아노’(1993)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제인 캠피온 감독이 ‘브라이트 스타’(2009)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1967년 출간된 토마스 새비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감독상 수상은 물론, △제49회 뉴욕영화제 △제46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빈틈이 없다. 촘촘한 짜임새와 탄탄한 내러티브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극적인 사건이나 화려한 볼거리 없이 오로지 인물의 감정 변화에 깊이 파고들어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직접적인 설명이나 상황도 없다. 그러나 난해하거나 어렵지 않다. 뉘앙스만으로도 충분히 극적 긴장감을 자아내며, 힘 있게 나아간다. 

그동안 주로 그려졌던 서부 영화들과 결을 달리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황량한 배경에서의 총격전이 주된 테마로 여겨졌던 기존 서부극과 달리, ‘파워 오브 도그’는 광활한 초원을 배경으로 하지만, 액션 장면 하나 없다. 그럼에도 강렬하고 잔혹하고 매혹적인, 새로운 서부극을 완성한다. 

배우들의 열연도 좋다. 특히 필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1920년대 카우보이로 완벽 변신한 비주얼은 물론, 강력하고 섬뜩하고 거칠지만 깊은 상처를 간직한 필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내밀하게 담는다. 별다른 대사 없이, 눈빛만으로도 인물의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전달하며 몰입을 높인다. 

필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동생 조지로 분한 제시 플레먼스와 그의 아내 로즈 역을 맡은 커스틴 던스트도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여기에 로즈의 아들이자 필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피터를 연기한 코디 스밋 맥피는 천진한 소년의 모습과 섬뜩한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참고로 영화 제목인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의 시편 22편 20절 ‘제 영혼의 칼에서 건지시며 저의 소중한 것을 개들의 힘(power of the dog)으로부터 구하소서’에서 따왔다. 제인 캠피언 감독은 “해당 구절은 매우 노골적이고 잔혹하다”며 “열정을 성적이고 사나운, 위협적인 동물의 본능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자신만의 해석을 전했다. 러닝타임 126분, 17일 일부 극장 개봉 후 12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