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장점을 꼽을 수 없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도무지 장점을 꼽을 수 없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숨만 나온다. ‘파격 멜로’라는 포장을 무기 삼아 의도를 알 수 없는 무의미한 정사신이 영화의 반을 채운다. 깊이를 잃은 스토리에 헐거운 짜임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의 감정선까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무지 장점을 꼽을 수 없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감독 장철수)다.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모범사병으로 사단장 사택의 취사병이 된 무광(연우진 분)의 목표는 오직 아내와 아이를 위해 출세의 길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사단장(조성하 분)이 출장을 간 사이 시작된 그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 분)의 위험한 유혹에 무광은 자신의 목표와 신념 그리고 빠져보고 싶은 금기된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5년 발간된 중국 작가 옌롄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연출한 장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간 당시 마오쩌둥의 사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된 화제작이다. 그러나 힘 있는 서사와 파격적인 묘사 등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두 남녀의 금기된 사랑을 통해 사회주의 혁명의 오류를 풍자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반복되는 베드신에 피로도를 높이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반복되는 베드신에 피로도를 높이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장철수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원작의 재미도 의미도 그 어떤 것도 담아내지 못했다. 원작 소설의 탄탄한 스토리를 무기로 지녔지만, 두 남녀의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정사 장면만 전시하는데 그쳐 불쾌함을 안긴다.    

우선 짜임새가 너무 헐겁다. 영화 중반까지 모범병사 무광과 사단장의 아내 수련의 첫 만남부터 금기된 관계가 시작되기까지 길고 친절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지나치게 평면적이라 흥미를 자극하지 못하고,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해 몰입을 방해한다. 

반면 인물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불친절하다. 명령을 거역하지 못해 수련과의 관계를 맺은 무광이 도대체 언제부터 수련을 사랑하게 됐는지, 아니 두 사람이 육체적 관계 외에 ‘감정’이란 걸 나누기는 한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서로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 더 크다고 외치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다.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하니 반복되는 베드신에 피로도만 더 쌓인다. 

어설픈 연기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안(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어설픈 연기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안(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일차원적인 연출도 고개를 젓게 한다. 무광을 본 뒤 고추를 먹는 수련의 모습이나 가슴이 드러난 옷을 입은 수련의 모습에 이어 접시 위 놓인 찐빵 두 개를 비추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은유와 상징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그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 

주인공 수련을 연기한 지안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첫 대사만으로 완전히 끊어버린다.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말투, 어색하고 서투른 연기력으로 극에 몰입하는 것을 일찌감치 차단한다. 전라 노출까지 감행하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쳤다. 러닝타임 146분, 상영 중.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