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들어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도 당 차원에서 소년법을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법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소년법은 청소년 범죄를 다루는 법이다.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범행을 저질러도 처벌이 감경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형사미성년자를 규정하고 있다. 18세 미만 청소년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될 범죄를 저질러도 최고 15년형에만 처하는 특별조치를 하도록 규정돼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의 경우에도 18세 미만이면 사형·무기징역으로 처벌할 범죄라도 최고 징역 20년이다.

최근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 등 청소년 범죄의 잔혹성이 미디어를 통해 잇따라 노출되면서 청소년 범죄 처벌 수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만 14~19세 미만 청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만, 만 10~14세는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자 위탁,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10세 미만은 보호처분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제안 코너’에는 청소년 범죄자 처벌을 감경해주는 소년법을 폐지해달라는 청원글 서명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정치권도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년법 개정은 19대 국회에서도 무산된 바 있는 데다 무조건적인 형량 강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법안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 발의된 개정안은 넘치는데… 몇 년 째 반복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른정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잔혹해지는 청소년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바른정당은 이날 간담회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산·강릉 여중생 폭행사건 등 잔혹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모색했다. <뉴시스>

8일 국회에 따르면, 부산 중학생 폭행사건 이후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도읍·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등이 소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소년법 적용 대상을 축소하고 형량은 무겁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태경 의원 안은 현행 소년법의 적용 대상 연령(14~19세)을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최대 유기징역형을 15년에서 2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도읍·장제원·이석현 의원 안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형사책임연령을 현행 만10~14세 미만에서 만12세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요즘 중고등학생들의 육체적 발육 상태 및 정신적 성숙정도가 성인과 차이가 없으며 범죄의 잔혹성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개정안 발의 이유로 들었다. 소년법의 취지와 달리 “14세 미만이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만 강조돼 청소년들 사이에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20대 국회에서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소년법 개정 논의는 1953년 소년법이 제정된 이후 꾸준히 이뤄져왔다. 19대 국회 당시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소년법은)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소년을 개선·감화시킴으로써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라며 “교도소 수용과 같은 형사처벌은 수용 기간의 범죄 성향 학습 등으로 인해 오히려 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사회적응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었다.

20대 국회 들어 여당인 민주당은 물론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도 당 차원에서 소년법을 뜯어고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법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반성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가해자-피해자 의무 격리 조치를 도입하고 의무상담제 도입도 필요하다. 국가가 그동안 방치했던 피해자 보호 및 치유과정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엄벌주의’ 식의 논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해두고 싶다”며 “이런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현장에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을 다뤄본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효과를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단순히 형량을 높이고 처벌 수위를 강화한다고 해서 청소년 범죄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소년법 개정안을 발의한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형벌의 강화가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것이 근본적 해결방법을 찾는데 방해가 된다는 주장은 참혹한 범죄 현실을 외면한 안일한 생각”이라며 “벌을 강화하면서도 교화의 노력과 과학적 범죄예방의 모색이 병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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