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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식량주권 전쟁①] 곡물 강자 러시아의 귀환
2017. 09. 11 by 정계성 기자 under74@sisaweek.com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 296억7,300만 달러를 수입했고 64억6,500만 달러를 수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러시아와 9개 협력분야(나인브릿지)를 놓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농업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 못지 않다”며 주요 협력분야 중 하나로 ‘농업’과 ‘수산업’을 지목했다. 러시아의 극동개발에 참여해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켜내겠다는 큰 구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농업에 협력할 부분이 많다. 좁은 땅에 닭과 돼지를 키우니 항생제도 투여하고 동물의 삶도 비참하다”며 “연해주의 넓은 농장에서 사육하면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 거기서 생산하는 닭과 계란 등을 얼마든지 가져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수산물 역시 지구 온난화로 동해의 주요 어장이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러시아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국가 경제력·군사력의 기본조건은 식량과 에너지

식량은 에너지와 더불어 국가 경제력과 군사력의 근간이 되는 기본조건이다. 에너지와 식량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존립의 위기를 피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강대국들이 가장 중요하는 것도 에너지와 식량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분단으로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이며, 주요 식량도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농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축산물 수입은 2007년 161억8,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96억7,300만 달러 규모로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의 식량 자급율은 약 24% 수준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특히 식량 부분에 있어서 중국은 우리에게 리스크에 가깝다. 중국은 쌀과 밀 등의 생산량이 세계 1위 2위를 차지하지만, 소비량 역시 크다. 오히려 최근에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일부 품목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으며, 식량수입량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2014년 중국정부의 1호 문건이 ‘식량안전보장 시스템 확보’였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처럼 중국의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이 시장에서 ‘식량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장기적 측면에서 우리 식량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공급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 식량주권 위협받는 한국, 러시아가 활로?

3차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시스>

이미 우리 식탁의 안전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제역 파동 등으로 돼지고기 값이 롤러코스터를 탔고,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고기 등의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몸살을 앓았고, GMO(유전자변형식품)에 대한 걱정도 크다.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식량 수급을 위해 정부가 장기적 안목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국가가 러시아다. 지난해 미국을 밀어내고 곡물 수출 2위를 기록한 러시아는 올해 3,070만 톤을 수출해 1위 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주요 밀 수입국인 터키와 이집트 등에 인접해 앞으로 수출량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2013년 러시아 제재 후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러시아 농산물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계기가 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적극적인 농식품산업 진흥정책을 펼쳤고, 관광산업 등과 함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밀 부족분을 미국에서 수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상대할만한 성장세다.

러시아 곡물수출은 남부지역의 개발이 큰 역할을 했다. 러시아 남부는 세계적 밀 주산지로, 러시아 내에서 농업생산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여겨진다. 러시아의 밀 수출 급증은 남부지역의 생산성 향상과 관계가 깊다. 흑해연안과 인접해 수출도 용이해 우리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가장 좋은 지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러시아 내 물류 인프라가 개선돼 우리와 인접한 극동지역 연해주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운송할 수 있다면 한·러 협력을 통한 식량주권 확보도 가능하다. 연해주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 핵심지역으로 진출을 적극 고려하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