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인 테마주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충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인 테마주 주가도 들썩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이 저마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인 테마주도 어김없이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주가 흐름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아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촉구된다.

◇ 본격화된 총선 국면… 들썩이는 테마주들

4·15 총선이 ‘D-100’에 돌입하면서 최근 정치권은 ‘총선모드’에 돌입했다. 당 차원에선 신당창당과 통합 및 연대, 그리고 인재영입 등 총선준비가 이어지고 있고, 주요 정치인들의 총선 관련 행보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가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정치인 테마주는 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관련주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2일 정계 복귀를 선언한 직후 ‘안철수 테마주’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안철수 테마주’의 대표주자인 안랩과 써니전자 주가는 이날 상한가에 근접하거나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이 같은 강세는 다음날인 3일에도 계속됐고, 현재도 안철수 전 대표가 정계복귀를 선언하기 이전에 비해 높은 주가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앞서서는 ‘이낙연 테마주’가 들썩인 바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총선 출마설과 후임 인사를 둘러싼 하마평이 본격화되면서다. 남선알미늄과 SDN 등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이때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다. 최근 총선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여러 정치인 관련 테마주들의 주가가 경영상의 이유와 무관하게 큰 폭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시장이 중대한 이슈에 반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일은 경제적인 측면과 연결되기 마련이며, 주식시장은 여기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 매출 증대 등의 기대감 속에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관련 업체의 주가가 들썩이곤 한다. 소위 ‘○○○ 테마주’가 생겨나는 이유다.

하지만 정치인 테마주는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애초에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적지 않을뿐더러, 불확실성이 높고 악용되는 사례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뉴시스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투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뉴시스

◇ 불분명한 이유, 불확실한 전망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이유들을 들여다보면 해당 정치인과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으로 얽힌 이들이 해당 기업의 요직에 앉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당 정치인의 공약이나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향후 실제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으나, 대다수 정치인 테마주의 경우 단순히 ‘인맥’에만 기대고 있다.

그렇다보니 다소 황당한 상황도 연출된다. ‘이낙연 테마주’의 대표주자로 거론되는 남선알미늄은 이낙연 총리의 동생이 계열사 대표로 재직 중이었던 점이 그 이유였다. 그런데 남선알미늄은 과거 ‘친박실세’이자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한 최경환 전 자유한국당 의원 테마주로 분류된 바 있다. 남선알미늄이 최경환 전 의원의 장인이 설립한 기업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정치인 테마주’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나. 잘 나가다 순식간에 몰락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성공하기도 한다”며 “본인들조차 한 치 앞을 예상하지 못하는데,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지나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 테마주가 악용되는 사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는 ‘유승민 테마주’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검찰에 적발돼 구속 기소됐고, 정치인 테마주와 관련해 허위소문을 퍼뜨려 부당 이득을 취한 이들이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힌 바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2014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 중 무려 3분의 1에서 주가조작 혐의가 적발됐다.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정치인 테마주는 급등 못지않게 급락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주가 등락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설사 해당 정치인이 잘돼도 실제 수혜를 기대하긴 힘들다. 특히 정치인 테마주를 악용하는 세력들은 개인투자자를 노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일 열린 ‘2020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총선을 앞둔 정치 테마주와 불법 공매도 등을 집중 감시해 불건전 행위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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