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 후속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 후속 법안에 대해 투표를 하지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종부세법·소득세법·법인세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후속 3법 등 18개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하 가볍게 통과됐다.

본회의장에 입장한 미래통합당은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는 투표했지만 쟁점법안인 부동산·공수처법 등 표결은 거부했다. 다만 통합당 의원들은 매 안건 의결 전 반대토론에 나서 여당의 일방적 법안 처리에 대한 절차적·내용적 하자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임대차법 반대 5분 연설로 찬사를 받은 윤희숙 통합당 의원이 불러일으킨 효과라는 분석이다.

당시 표결을 거부한 통합당은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해 윤 의원의 명연설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다. 자당 의원의 반대토론에는 박수나 맞장구로 지원사격하고, 민주당 의원의 찬성발언에는 야유를 보내거나 비판했다. 토론 도중 배석 여야 의원 간 감정이 격해지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통합당 의원들 반대토론으로 정부여당 맹공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을 처리했다. 종부세법은 재석 188명 중 찬성 186, 반대 1, 기권 1이었고 소득세법은 재석 190명 중 찬성 188, 반대 1, 기권 1로 통과됐다. 또 법인세법은 재석 187명 중 찬성 185, 반대 1, 기권 1로 가볍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176석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과 정의당(6)·열린민주당(3)·기본소득당(1) 등 범여권 정당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종부세법 개정으로 3주택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이 현행 최고 3.2%에서 6.0%까지 오르게 됐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이 골자다. 또 법인세법 개정으로 법인이 보유한 주택양도세 기본세율에 더하는 법인세 추가세율이 현행 10%에서 20%로 조정됐다.

주택을 증여받을 때 납부하는 취득세율을 현행 1~4%에서 2주택 8%, 3주택 이상 12%로 상향 조정하는 지방세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부동산을 둘러싼 폭발적 증세가 속전속결로 현실화된 셈이다. 주택 매매 과정은 물론 집을 보유할 때, 심지어 증여할 때 부과되는 세금도 대폭 상향됐다.

종부세법 반대토론에 나선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국민은 세금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민주당 역시 지난 4·15 총선에서 1주택자 종부세를 낮추겠다고 했다”며 “수도권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를 부도덕한 투기꾼으로 매도하며 화풀이하듯 세금폭탄을 안기는데 (정부여당이) 국민들을 속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은 최근 전례없는 3차 추경 편성 등 빚까지 내 확장 재정을 쓰면서 거꾸로 부동산 증세를 통해 국민 혈세를 더 거둬들이겠다고 한다”며 “경기 대응에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잡는 모순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통합당 의원도 거들었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지난 2주간 우리 국회는 수많은 국민 삶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며 “국민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찬성투표를 하셨나”라고 했다.

박 의원은 “세금을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많이 인상해도 상처입을 국민이 없을까”라며 “취득세 뿐 아니라 종부세와 양도세도 함께 올린다고 하는데, 취득, 보유, 양도의 3가지 과정 모두 세금을 올리는 정책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인가, 줄이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세금을 늘리는 것인가. 국민의 내집 마련이 아니라 정부의 세금마련이 정책목표인가”라며 “하루 속히 우리 국회가 청와대 집행기구가 아니라 헌법 가치와 역사 가치에 충실한 국민의 국회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공수처 후속법 놓고 여야 대립

이날 공수처 후속 3법도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본회의를 단숨에 통과했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공수처 후속법안을 의결한 지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공수처장 인사청문 근거 규정 마련을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재석 190명 중 찬성 186, 반대 2, 기권 2)과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재석 188명 중 찬성 186, 반대 3, 기권 0),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재석 188명 중 찬성 186, 반대 2, 기권 0) 등 3법은 통합당의 표결 거부 아래 처리됐다.

이날 인사청문회법·국회법 개정으로 공수처장이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되고 공수처가 법제사법위원회 소관기관으로 지정됐다. 또 국회가 공수처장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사실상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아울러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규칙 마련으로 국회의장이 기한을 정해 각 교섭단체에 위원 추천을 요구할 경우 해당 교섭단체가 기한 내 위원을 추천하도록 규정했다. 야당 교섭단체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임명을 거부하면 공수처장 선출이 어려워지는 현행 공수처법을 보완한 것이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야 교섭단체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통합당에서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대검 공판송무부장·창원지검장 등을 지낸 유상범 의원이 반대토론 공격수로 나섰다.

유 의원은 “공수처는 국민 자유를 직접 침해하는 수사권, 기소권 행사 기관임에도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상 아무런 설치 근거가 없다”며 “법치국가는 입법·행정·사법 등 3권분립을 국가운영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공수처는 어디에도 소속하지 않는 기관으로 3권분립 원칙을 침해했다”며 공세를 펼쳤다.

유 의원은 또 “여권에서는 공수처가 나오면 1호 수사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공연하게 언급한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하는 자는 공수처를 이용해 가차없이 잘라버리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공수처 관련법은 176석 힘으로 국회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법률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할 일은 헌재가 하루빨리 (공수처) 위헌 여부를 결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찬성토론자로도 검사 출신 김회재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부산고검 차장검사·의정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김 의원은 “27년 검사로 재직했지만 이전에는 반(反) 공수처주의자, 반 검경수사권 조정주의자였다”면서 “그랬던 제가 공수처 반대에 대한 소신을 접고 찬성토론에 나선 것은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첫 걸음이 바로 권력기관 개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권력기관 개혁은 중단 없이 이뤄져야 하고, 낡은 관행을 끊임 없이 혁신해야 권력기관 개혁이 완성된다. 권력기관은 반드시 국민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며 “검찰 권력 분산과 견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그러자 통합당 의원들은 김 의원을 향해 “부끄럽다”며 야유를 보냈다.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를 마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규탄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이 본회의를 마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규탄 피켓시위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 통합당, 최숙현법 등은 표결 참여

체육계 인권침해 실태 조사 및 피해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하는 일명 고(故)최숙현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통합당은 해당 표결에는 참여했다.

본회의 산회 직후 통합당 의원들은 로텐더홀 앞에서 민주당의 일방적 의회 운영을 강력 규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위시한 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향해 “의회 절차 무시하는 날치기 처리 철회하라”, “의회독재 국회파행,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본회의 발언에 대해 “다들 내용이 충실하고 전달력도 좋았다”고 호평하면서 민주당을 향해서는 “자신들 숫자만 믿고 합리적이고 옳은 우리 의원들의 지적에는 귀 기울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회의가 열릴 때 법안 문제점이나 절차를 정확하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나중에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본회의에서 저희 주장을 열심히 정리해 진지하게 설명하는 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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