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하지만 그는 동계올림픽 기간 도중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17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당초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대회 진행과 흥행 모두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모두가 최상의 결과지를 받아든 것은 아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선수가 있는 반면, 아쉬움을 남긴 선수도 많다. 또 경기외적인 부분에서 논란에 휩싸인 선수들도 있었다.

표정이 엇갈린 것은 평창동계올림픽과 함께 한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울고 웃은 기업들, 또 경제계 인사들을 조명해본다.

◇ 평창서 분주하던 신동빈 회장, 동계올림픽 못 즐겼다

가장 먼저 롯데그룹, 그리고 신동빈 회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이 공식파트너로 참여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대보단 우려를 받고 있던 시기, 롯데백화점이 선보인 ‘평창 롱패딩’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깔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 화제가 됐고, 이를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매출도 올려주고, 평창 동계올림픽 분위기도 달궈준 ‘평창 롱패딩’ 덕분에 롯데그룹은 공식파트너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결과를 냈다.

동계올림픽 막바지에는 뜻밖의 호재도 있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이번 동계올림픽 최고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모두 경북 의성이 고향이었고, 의성의 특산품인 마늘에 빗대 ‘갈릭 걸즈’라는 별명이 붙었다.

공교롭게도 롯데푸드는 의성 마늘을 제품화한 ‘의성마늘햄’, ‘의성마늘비엔나’ 등을 판매 중이다. 의성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보이지 않는 홍보효과를 누렸다. 롯데푸드는 의성 주민들이 의성여고 체육관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자, ‘의성마늘햄’ 등을 무료간식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롯데그룹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도중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이다.

평소 ‘스키 마니아’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은 대한스키협회장이기도 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10대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성화봉송에 나섰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주로 평창에 머무르며 이른바 ‘스키 외교’, ‘올림픽 외교’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평창 동계올림픽을 일주일도 채 즐기지 못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모두 반드시 피하고 싶었던 최악의 동계올림픽이 되고 말았다.

재계 인사로는 신동빈 회장 외에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확정 당시 일등공신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시점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누워있을 뿐 아니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났다.

조양호 회장은 당초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나, 2016년 5월 돌연 사퇴한 바 있다. 여기엔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물론 조양호 회장은 성화봉송에도 나섰고, 대한항공 소속 선수인 이승훈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좋은 일이 많았다. 하지만 조직위원장을 계속 맡았을 때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의 최신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미디어 레지던스. <포스코 제공>

◇ 미래 기술의 향연 펼쳐진 평창… ‘김보름 논란’에 운 네파

평창 동계올림픽은 파트너사들이 뛰어난 기술력을 뽐낼 수 있는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포스코는 경기장과 숙소 등 각종 시설물에 최신기술을 적용시키며 미래를 제안했다. 특히 전 세계 기자들의 숙소로 사용된 ‘미디어 레지던스’는 300개의 객실을 모두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선 조립만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엔 다른 곳으로 옮겨져 사용될 예정이다. 여러모로 향후 활용가치가 높은 기술을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확인시켜줬다.

삼성전자도 동계올림픽 경기를 한층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VR체험관을 운영하는 등 앞선 기술력을 뽐냈다. KT가 선보인 5G 서비스도 깊은 인상을 남겼고, 현대·기아자동차는 ‘평창의 발’ 역할을 문제없이 수행했다.

이밖에도 공식스폰서, 공식공급사, 공식서포터 등의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물심양면 지원하는 동시에 쏠쏠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면서 손잡은 기업들도 더욱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김보름이 파문에 휩싸이면서 네파 역시 적잖은 역풍을 맞아야 했다.

반면, 평창 동계올림픽 열기에 무임승차하려했던 많은 기업들은 역풍을 맞았다.

김연아를 비롯해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대거 출연시킨 SK텔레콤의 캠페인 영상은 ‘앰부시 논란’의 대표사례로 남고 말았다. 1988 서울올림픽을 활용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떠올리게 만든 아우디의 광고도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많은 기업들이 앰부시 마케팅 의혹에 휩싸였고, 대부분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했다.

가장 씁쓸한 뒷맛을 남긴 것은 아웃도어 업체 네파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김보름 후원에 나섰다가 된서리만 맞았다. 우선, 김보름을 내세운 마케팅은 앰부시 마케팅이란 지적을 받았다.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뒤에는 김보름이 ‘왕따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거센 역풍에 직면했다. 김보름의 태도에 분노한 국민들은 후원사인 네파까지 압박했고, 네파는 서둘러 “후원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했다.

네파와 비교했을 때 정반대 지점에 서서 웃고 있는 것은 신성통상이다. 신성통상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았지만, 공식파트너사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평창 롱패딩’을 공급했다. 앰부시 마케팅 논란으로 인해 적극적인 행보는 자제했지만,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의 수익에 엄청난 홍보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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