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성지건설이 회계 감사 법인으로 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게 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성지건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건설사 성지건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 연말 감사보고서에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게 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뚜렷한 실적 개선과 평창 동계 올림픽 이슈로 주목받고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라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성지건설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운영한 곳으로 유명한 연매출 1,500억원 규모의 코스피 상장사다.

◇ ‘감사의견 거절’ 날벼락… “상폐 이의신청할 것”

중견건설사 성지건설이 상장폐지될 처지에 놓였다. 19일 한국거래소는 “성지건설 감사인의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거절’임을 공시했다”면서 “상장폐지기준에 해당됨에 따라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됨을 알려 드린다”며 투자유의를 안내했다. 이에 따라 성지건설의 주식 시장 매매거래는 이날부터 이틀째 정지 상태다.

지난해 건설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우건설 사례와 달리, 성지건설은 연말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게 되면서 곧바로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가게 됐다.

성지건설의 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밝힌 의견거절의 근거는 두 가지다. 건설사업 계약이행시 계상하는 보증금과 투자자산에 관한 자금흐름에 대한 명확한 감사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다.

회사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결정에 당사자인 성지건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성지건설 관계자는 “회계 감사에서 문제가 있을 거라곤 예상 못했다. 우리도 많이 당황스럽다”면서 “재감사를 신청해 이를 토대로 오는 4월 9일까지 한국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지건설의 이의신청을 받은 한국거래소는 이후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회사의 유가증권시장 퇴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성지건설이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최근 이 회사의 행보와 엇갈리는 일이라 더욱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8월 네트워크 장비 및 화장품 도매업체인 엠지비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성지건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7억 가까이 늘어나 1,124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손실폭은 같은 기간 55% 줄어든 31억원으로 축소됐다. 또 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법정관리, M&A 시장 떠돈 비운의 건설사

성진건설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 힘을 보탠 기업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승훈 선수에게 금빛 영광을 안겼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시공에 참여한 건설사 중 하나로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성지건설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재기의 발판을 다졌던 회사로도 유명하다.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서 밀려난 박 전 회장은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하며 설욕을 다졌다. 하지만 때마침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박 전 회장의 포부에 찬물을 끼얹었고, 박 전 회장은 성지건설 인수 2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을 맞았다.

이후에도 성지건설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법정관리와 매각이 반복되면서 M&A 시장을 떠돌았다. 이후 부도를 맞은 성지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1년 ‘칸타빌’로 알려진 대원에 인수됐다. 하지만 실적부진이 계속되면서 5년 만에 재매각이 추진됐다.

2016년 신생기업인 아이비팜홀딩스를 거쳐 지난해 엠지비파트너스로 넘어간 성지건설은 연속된 주주변경이라는 파고 속에서도 경영 정상화의 희망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주로 관급 공사를 수주하며 실적 개선의 희망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위기를 직면한 성지건설이 이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건설업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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