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에 위치한 중견건설사 아이에스동서 본사 빌딩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대표가 나홀로 회사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부친인 권혁운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으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또 다시 단독 대표에 오르게 됐다. 이제 막 불혹에 들어선 젊은 CEO인 그의 손에서 2조 시대가 열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1년 만에 단독 대표 복귀… ‘2조 시대’ 열까

중견건설사 아이에스동서가 단독 체제로 의사 결정 체제를 변경했다. 지난해 경영 일선에 깜짝 복귀한 권혁운 회장은 또 다시 실권을 아들 권민석 대표에게 넘겨주는 결정을 내렸다. 30일 아이에스동서는 ‘권 부자’ 공동대표에서 권민석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권민석 대표는 1년 만에 다시 그룹의 백년대계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됐다. 회사의 성장 속도를 봤을 때 향후 1~2년 간 권 대표가 보여줄 경영 능력에 따라 2조 시대 개막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무서운 성장을 보여준 건설사 중 하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등으로 국내 주택시장이 크게 침체 됐던 2008~2013년에도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이 기간 1,600억대에 불과했던 매출 규모는 6,800억원대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63억원 영업적자를 떠안고 있던 회사는 558억원의 흑자기업으로 환골탈태했다. 1조 시대가 시작된 2016년에는 무려 전년 대비 82%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형건설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고난의 시절’에 특정 지역을 연고로 둔 중견건설사가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엔 창업주인 권혁운 회장의 힘이 컸다. 예고 없이 찾아온 위기로 인해 업계 전체가 당황하고 있을 시기에 돌파구로 삼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다. 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요업과 콘크리트 등 종합 건자재 분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전략이 적중했다.

2008년 건자재 업체 동서산업에 이어 2010년에는 ‘이누스’의 전신인 비데 업체 삼홍테크를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건설장비와 사무기기 임대 업체 한국렌탈를 품었다. 주력인 건설을 제외한 아이에스동서의 핵심 사업 대부분이 이 무렵 시작된 것이다. 권 회장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아이에스동서를 정부 정책이나 일시적인 시장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뼈대가 됐다.

◇ 종속회사 대부분 적자… ‘공간 사업’ 정착도 과제

이러한 아이에스동서의 지난날의 자취는 역설적으로 권민석 대표에 대한 재평가를 낳는다. 권 대표가 보여준 지난 성과가 ‘잘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얻은 꼴’이라는 구절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2012년 35세의 나이에 단독 대표가 된 권 대표는 4년 만에 회사를 두 배 이상 키우는 놀라운 성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는 권혁운 회장의 구축해둔 사업다각화 전략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야말로 권 대표는 자신의 경영 능력을 보여줄 본 무대에 오른 셈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18개 종속회사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공간 사업’을 안착시켜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독서실 운영회사 ‘아토스터디’를 인수한 아이에스동서는 올해 초 트램폴린 전용 공간 놀이문화시설인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의 지분을 사들였다.

결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를 진두지휘하게 된 권 대표가 목전에 놓인 숙제를 해결하고, 부친의 후광을 벗어날 수 있을지 올 한해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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