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총수 일가 비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두고 정부의 압박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신 회장은 9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회장직을) 그만두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겁이 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회장은 또 경영권 분쟁 후 공정위와 국세청, 금감원에서 조사를 시작하자 전방위 압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저는 불효자로 인식돼 있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존경한다고 발언한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제게 질책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따르면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전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과 면담 내용을 상의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으니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하자고 했다”면서 “우리가 감당 못할 정도로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이라 더 이상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면세점 탈락도 정부의 압박으로 여겼냐’는 재판부 질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저희가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항소심에서도 ‘면세점 청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변호인이 “경영권 분쟁으로 정부 압박도 들어오는데, 대통령을 만나서 ‘면세점 좀 봐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자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답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심문을 끝으로 신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심리를 마무리했다. 오는 11일부터는 신 회장의 총수 일가 비리 사건 항소심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면세점 재승인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70억원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안종범 전 수석 등의 수첩에는 이와 관련한 보고 사항과 롯데그룹의 현안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신 회장이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70억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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