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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막걸리는 어디로 갔을까①] 일본에 ‘들썩’ 일본에 ‘풀썩’
2018. 07. 11 by 장민제 기자 jmj83501@sisaweek.com

막걸리 열풍은 2010년 전후 우리나라를 강타한 대표적 사회현상 중 하나다. 시장에선 각종 막걸리 전문 프랜차이즈가 범람했고, 문화계에선 막걸리를 소재로 한 노래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2010년 초중반을 거치며 수출은 급감했고, 막걸리 전문점들도 줄줄이 폐점신세를 면치 못했다. 수 년 만에 어떤 일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전통주 막걸리의 현주소는 과연 어디까지 왔을까. <시사위크>가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일었던 막걸리 열풍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서민의 술’ ‘농주’ ‘탁주’ 등으로도 불리는 전통주 막걸리는 우리네 일상과 항상 가까이 있었다. 어르신 세대에선 ‘어린 시절 심부름으로 주전자를 들고 양조장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왔다’거나 ‘막걸리를 받아오는 길에 목이 말라 한 모금씩 마시다 술에 취했다’는 일화가 종종 흘러나온다. 또 한때 대학문화에 ‘막걸리’는 빠질 수 없는 주종이었고, 군에서 대민지원 후 농가 어르신들이 건네던 막걸리 한잔은 감로수와 같았다.

그러나 숙취가 심하고 나이든 이들만 마신다는 이미지에 젊은 세대는 외면하는 술이기도 했다.

◇ 일본서 불어온 막걸리 열풍… 르네상스 맞이하다

이 같은 전통주 막걸리가 재조명을 받은 건 2000년대 중후반 한류를 타고 일본 수출이 급증하면서다. 2008년 400만 달러였던 막걸리 수출액은 2011년 5,28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일본에선 청주를 주로 마셨는데, 막걸리의 탁한 부분이 항암작용 등 몸에 좋다는 것을 알고 선호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출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2007년 ‘엔고’ 현상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 관광객들이 늘었고, 이들이 막걸리를 찾으면서 국내에서도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졌다.

일본의 막걸리 열풍은 한류를 타고 전파됐다. 사진은 2011년 당시 한류스타 장근석 씨가 출연한 일본 산토리 막걸리 CF. <산토리>

또 당시 사회현상도 막걸리 흥행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실직자 생기면서 등산 문화가 발달했고, 막걸리도 많이 찾게 됐다고 본다”며 “아웃도어 붐과 막걸리 붐은 그래프가 같이 간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불어 닥친 막걸리 열풍은 뜨거웠다. 전국의 유명막걸리를 모아 파는 막걸리 전문점(프랜차이즈)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청와대 만찬주’ ‘박정희 막걸리’ 등의 애칭이 붙은 막걸리도 등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0~2010년 베스트10 히트상품’ 중 하나로 ‘막걸리’를 선정했고, 일본 생활정보월간지인 닛케이 트렌디도 2011년 히트상품 베스트30에 막걸리를 꼽았다.

또 문화계에선 연예인 로이킴이 서울탁주 김홍택 회장의 아들이란 점에서 화제를 모았고, 가수 윤종신이 작사·작곡한 ‘막걸리나’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했다.

정부는 전통주 시장을 살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를 주축으로 ‘막걸리 세계화’를 전면에 내걸었고, 우리 술 산업 경쟁력 확대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 시장점유율을 4.5%에서 2017년까지 10%로 끌어올리고, 수출도 2억3,000만 달러에서 1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것.

업계에선 당시 사회현상을 ‘막걸리 르네상스’로 표현했다.

2011년을 정점으로 막걸리 수출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래프=시사위크>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이내 빛을 잃었다. 막걸리 수출량은 2011년 3만5,530kl에서 이듬해 40.3% 줄어든 2만1,196kl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8,965kl로 감소했다. 국내 막걸리 시장규모도 2011년(40만kl)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 2017년엔 32만2,547kl를 기록했다. 막걸리 열풍이 잠시간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수년 만에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수출 급감에는 일본 내 일었던 ‘혐한류’와 엔저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8월 독도를 방문하자 반한감정이 조성됐다”며 “극우단체들이 한국 제품의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시위를 벌였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후 3년간 대일 수출액은 막걸리가 71.4%로 가장 크게 감소했고, 빵류 및 농산가공품 등도 30~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지난 201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바이어 266명 중 46.7%가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과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당시 현지 주류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2012년부터 한국 막걸리의 일본수출은 매년 줄어 2014년 5분의 1로 급감했다”며 “엔저현상과 한류의 영향약화로 막걸리 소비도 감소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