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탈세와 돈세탁 혐의로 조사를 앞둔 것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는 지난 대선 당시 특혜 채용 관련 제보 자료를 조작한 피의자들로부터 공개 사과를 받았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는 지난 대선 당시 특혜 채용 관련 제보 자료를 조작한 피의자들로부터 공개 사과를 받은 것과 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는 미국 국세청으로부터 탈세와 돈세탁 혐의로 조사를 앞뒀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대통령의 아들이 평범하게 사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의 말이다. 그는 부친이 대선에서 승리하자 기자간담회를 열고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의 표시이자 앞으로의 각오였다. 실제 건호 씨는 철저하게 정치와 선을 그었다.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녔고, 이후엔 학업에 열중했다. 때마다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아들’이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 공개사과 받은 문준용, 소환장 받은 이시형

이에 대해 문준용 씨는 “우려와 두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처신을) 잘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허위 의혹들이 사실처럼 퍼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 살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오히려 역차별을 호소해야 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쌓아온 실적들이 폄훼되고 있다는 것이다. 준용 씨가 대선 당시 불거졌던 특혜 채용 의혹에 예민한 이유다.

관련 사건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 제보 자료를 조작한 이유미 씨와 그의 동생 상일 씨가 재판부의 강제조정을 받아들여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앞서 두 사람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된 상태다. 이어 최근 사과문을 내고 “상부 재촉에 압박을 느낀 나머지 저지른 범행이긴 하나, 허위 사실을 조작해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다만 예정대로 민사소송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국민의당 최고위원 출신인 이준서 씨를 포함해 관계자 6명이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법원에서 확정 받은 징역 8개월을 모두 살았다. 줄곧 혐의를 부인해온데다 죄값을 이미 치렀다는 점에서 사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준서 씨는 “제보 자료를 받았을 때 조작됐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면서 “억울하고 당혹스럽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용 씨의 손을 들어줬다.

준용 씨가 한시름 덜게 된 것과 달리 이시형 씨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 미국 연방 국세청(IRS)에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스의 미국 법인(다스 노스 아메리카)을 통한 탈세와 돈세탁 혐의가 의심된다는 게 미국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시형 씨 부자(父子)에게 뉴욕에 있는 범죄수사국 본부로 출두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소환기일은 5일까지다. 그러나 MB도, 아들 시형 씨도 미국으로 출국하지 않았다.

일단 MB는 수감 중이다. 시형 씨는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조사를 받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셈이다. 특히 시형 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는 후문이 나왔다. 따라서 조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란 입장과 함께 선택지를 제시했다. 채널A에 따르면, 시형 씨는 범죄수사국 소속 수사관이 직접 한국으로 오거나 한국 국세청을 통해 우회 조사를 권유했다. 이에 대한 미국 국세청의 답변은 아직 없다. 미국 국세청은 기소한 사건에서 90%이상 유죄 판결을 받아낼 정도로 수사력이 막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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