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온라인 해외 직접구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알뜰족들의 사랑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해외 구매 시 국내 가격보다 27.7% 정도 저렴하다고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에 따른 ‘그림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떠오른 해외직구(직접 구매) 열풍. 명과 암을 들춰봤다. [편집자주]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 역시 급증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 역시 급증하고 있다.

[시사위크=김은주 기자]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 역시 급증하고 있다. 물건이 안 오거나 환불을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고, 구매대행 업체와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 가품 배송에 업체 연락두절, 상반기 소비자불만 65.7% ↑

한국소비자원이 해외직구 관련 소비자 불만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총 9,482건이 접수돼 전년 동기(5,721건) 대비 65.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 불만이 2,431건으로 26.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숙박의 경우 1,898건(20.7%) △항공권·항공서비스가 1,648건(18.0%)로 뒤를 이었다.

‘불만이유별’로는 △취소·환불·교환지연 및 거부가 37.8%(3,581건)로 가장 많이 접수됐고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불만 15.1%(1,432건) △배송관련(미배송/배송지연·오배송·파손)’ 12.3%(1,170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과 ‘사업자 연락두절·사이트폐쇄’ 관련 불만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당초 약정한 숙박 및 항공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사기의심사이트를 통한 거래 등이 증가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한국소비자원은 분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A씨의 경우 올해 4월경 해외호텔 예약사이트를 통해 헝가리 소재의 호텔을 예약했으나, 숙박 당일 호텔을 방문한 결과 공사 중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예약사이트 및 호텔 사업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B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2017년 11월 해외 구매대행 업체를 통해 인덕션을 현금으로 구입했으나 2018년 2월까지 제품을 받지 못했다. 배송이 지연돼 주문취소 및 환급을 요구했지만 구매대행업체는 구입처인 독일 현지에서 취소해 주어야 한다면서 처리를 지연했다.

이 외에도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한 제품의 안전상 문제와 AS 피해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외브랜드 생활가전의 경우 비교적 고가이고 사용기간이 긴 점을 감안할 때 국내 AS 가능 여부, 전기안전 문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상 거래가 돼서는 안되는 의약품이나 위조제품이 해외직구를 통해 이뤄져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해외직구 체온계(귀에 대고 체온을 재는 체온계) 일부가 위조품이거나 불량품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식약처
인터넷상 거래가 돼서는 안되는 의약품이나 위조제품이 해외직구를 통해 이뤄져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해외직구 체온계(귀에 대고 체온을 재는 체온계) 일부가 위조품이거나 불량품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식약처

◇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 대책마련 필요

인터넷상 거래가 돼서는 안되는 의약품이나 위조제품이 해외직구를 통해 이뤄져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해외직구 체온계(귀에 대고 체온을 재는 체온계) 일부가 위조품이거나 불량품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해외직구로 구매한 화장품에서 살균보존제 성분인 CMIT, MIT가 검출된 사례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해외거래로 인한 피해보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는 소비자보호법 같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거나 제품(제조물) 자체에 대한 피해 보상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구매대행 사기의 경우 국제협조를 통한 신병 확보와 강제송환이 쉽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구매대행자 대부분이 해외에 거주하는 탓에 수사에 장애가 적지 않다. 구매대행자가 잠적하지 않고 “곧 보내주겠다”, “환불해주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 경우, 사기죄 성립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판매 사기꾼들도 이런 허점을 노린 것이다.

피의자가 해외에 있다 보니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기소중지 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환불 받지도 못했고, 대표도 처벌받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직구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상품판매업자와 구매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1일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한국 소비자원의 해외구매 관련 소비자 불만 분석을 살펴보면, 계약불이행(불완전이행)과 사업자 연락두절·사이트폐쇄 관련 불만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관세청이 눈여겨보고, 추적이나 처벌이 쉽지 않은 해외직구 문제점들을 살펴야 한다. 폭증하는 해외직구의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해외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 형태가 증가하는 만큼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해외제품 구매자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관리 감독이 안 될 경우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해외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안전에 위배되는 해외 제품을 반입하는 사업자에 대해 ‘삼진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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