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온라인 해외 직접구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알뜰족들의 사랑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해외 구매 시 국내 가격보다 27.7% 정도 저렴하다고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그에 따른 ‘그림자’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떠오른 해외직구(직접 구매) 열풍. 명과 암을 들춰봤다. [편집자주]

해외직구 규모가 20억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직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거나, 해외 배송비를 빼더라도 동일한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브라질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에 나선 고객들이 한 전자상가에서 한국산 TV를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신화, 뉴시스
해외직구 규모가 20억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직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거나, 해외 배송비를 빼더라도 동일한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브라질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에 나선 고객들이 한 전자상가에서 한국산 TV를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 신화, 뉴시스

[시사위크=김은주 기자]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20억불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만 △1,494만건 △13억2,000만불(1조4,660억원)을 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35% 증가한 규모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이 2,650억달러,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해외직구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라는 평가다.

◇ 상반기 해외직구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

올해 3분기만 따져봐도 직구 액수는 지난해보다 35.9% 증가한 6,956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율과 액수 모두 2014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크다. 국가별 직구 액수를 보면 미국이 3,67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유럽연합 1,400억원, 중국 1,228억원, 일본 461억원 순이다.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국내 유통채널의 현주소에 비하면 해외직구 시장은 그야말로 ‘노다지’인 셈이다.

관세청은 해외직구 증가세를 이끈 요인으로 △중국 ‘전자제품’ △미국 ‘건강기능식품’ △일본 ‘완구·인형류’ 등을 꼽았다.

특유의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경우, 직구시장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상황이다. 중국 전자제품 직구는 올 상반기에 88만건을 기록하는 등 지난 한 해 직구 건수(88만2,000건)을 넘어섰다.

특히 중국산 생활가전 제품의 약진이 두드러졌는데, 무선진공청소기의 경우 직구족의 입소문을 타며 전년 동기 대비 8배 이상 폭증한 10만2,000건을 기록했다. 공기청정기도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17만2,000건이 수입됐다. 관세청은 중국산 전자제품의 강세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물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실용적인 소비패턴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2018년도 상반기 해외직구 규모는 1,494만건․13억2,000만불로 2017년도 상반기 1,096만건․9억7,000만불 대비 건수기준 36%, 금액기준 35% 증가했다. / 관세청
2018년도 상반기 해외직구 규모는 1,494만건․13억2,000만불로 2017년도 상반기 1,096만건․9억7,000만불 대비 건수기준 36%, 금액기준 35% 증가했다. / 관세청

해외직구 전통의 강호인 미국 건강기능식품 또한 직구족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직구로 반입되는 건강기능식품은 올 상반기에 26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나 증가했다. 단일국가·단일품목군에서 우리나라 직구족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으로 집계됐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소비 풍조와 맞물려, 국내 제품과 비교해 다양한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해외직구의 매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일본의 프라모델·피규어 등 완구·인형 제품군 역시 해외직구 증가의 요인으로는 지목됐다.

일본에서는 젤리·초콜릿 등 식품류 직구가 꾸준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왔으나, 완구·인형류(14%)가 식품류를 처음으로 제치고 올 상반기 가장 많이 반입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소비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는 키덜트족이 프라모델·피규어 강국인 일본 직구시장으로 구매처를 확장한 것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해외직구 매력은 ‘저렴한 가격‘ 

이처럼 해외직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거나, 해외 배송비를 빼더라도 동일한 제품을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소비자 10명 가운데 8명은 해외직구를 하는 이유로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최근 1년 안에 해외구매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가운데 78.1%(복수응답)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해외구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해외 구매시 국내가격보다 27.7% 싸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40대-20대 순으로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8년 상반기에는 30대와 40대가 전체 해외직구의 71%를 차지하여 해외직구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 관세청
연령별로는 30대-40대-20대 순으로 해외직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8년 상반기에는 30대와 40대가 전체 해외직구의 71%를 차지하여 해외직구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 관세청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주요 해외직구 생활가전 5개 품목(전기레인지, 커피머신, 블렌더,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13개 제품을 대상으로 국내·외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7개 제품은 해외직구가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직구가 더 저렴한 제품 중 국내 판매가와 최대차이는 54%로 조사됐다. 해외직구가 더 저렴한 제품의 경우 ‘지멘스 전기레인지’는 해외직구 가격이 72만7,000원으로 국내 판매가인 158만2,000원의 반값에도 못 미쳤다.

한편 해외사이트에서 주로 구매하는 품목(복수응답)은 △의류(40.7%) △건강보조식품(38.9%) △가방·지갑 및 잡화(34.8%)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아마존(71.4%·복수응답)에서 쇼핑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2/3에 육박했다. 이베이(37.0%)와 아이허브(22.4%)를 크게 앞질렀다. 배송대행업체는 몰테일(37.3%·복수응답)을 쓴다는 사람이 많았다. 유니옥션(18.2%), 아이포터(17.8%)와 두 배가 넘는 차이가 났다.

온라인쇼핑몰 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해외직구가 하나의 소비패턴으로 자리잡았다”며 “불편한 AS나 배송비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미 직구에 맛을 들인 소비자들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직구의 장점과 노하우, 해외 RMA 경험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직구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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