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판정을 받고 7년째 병보석 상태인 이호진 전 회장이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전직 수행비서의 폭로가 나왔다. /뉴시스
간암 판정을 받고 7년째 병보석 상태인 이호진 전 회장이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전직 수행비서의 폭로가 나왔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달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 병보석’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태광그룹이 이번엔 ‘골프 접대’ 논란에 휘말렸다. 태광그룹이 운영하는 골프장 ‘휘슬링락’에서 조계종 큰 스님들과 전 검찰총장 등이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시민단체는 휘슬링락 측의 고위 인사 골프 접대가 이호진 전 회장의 병보석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전 수행비서, 이 회장 ‘자유로운 일상’ 상세히 폭로

지난 10월 24일 <KBS>는 올해 초 서울 마포역 인근 술집에서 이 전 회장이 신당동에서 떡볶이를 먹거나 술집을 드나들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보도했다. 오래 동안 병보석 특혜 의혹이 제기됐던 터라 후폭풍은 상당했다.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달 11일에는 전 측근의 구체적인 폭로가 나왔다. 이 전 회장이 간암 말기 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매일 술을 마시고 하루에도 담배를 두 갑이나 피운다는 주장이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 전 회장을 14년간 수행했던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이 같이 보도했다. 또한 사실상 이 전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골프장 휘슬링락에서 불교계 인사와 검찰인사가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폭로했다.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간암 판정을 받고 7년째 병보석 상태인 이호진 전 회장이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전직 수행비서의 폭로가 나왔다. A씨는 “(이 전 회장이)진짜 간암 환자 맞나 싶을 정도로 월, 화, 수, 목, 금 매일 매일 술을 마신다”면서 “한번 마시면 끝까지 간다. 취할 때까지 드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술을 안 마신 날은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합해 그 안에 들까 말까”라며 “담배도 매일 하루 두 갑씩 피우신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이 전 회장이 쇼핑은 물론 영화 관람을 즐기고, 일주일에 세 번씩 필라테스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 전 회장의 과거 일정도 공개됐다. A씨와 또 다른 수행비서가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청담동 복집, 논현동 중국집, 한남동 이탈리아 레스토랑, 이자카야 등 매주 이 회장의 외식 일정이 잡혀있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법원이 제시한 병보석 조건을 위반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집과 병원으로 거주지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병보석 취소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태광그룹 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병보석 취소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이미 시민단체는 이 회장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 보도된 직후 이 회장의 보석 취소를 촉구한 바 있다. 12개 시민·경제단체로 구성된 ‘태광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6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회장의 건강검진 재실시, 허위진단서 의혹 조사, 병보석 취소 등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까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스님과 전 검찰총장의 골프접대 의혹 ‘왜’

이 전 회장은 황제 병보석에 이어 골프접대 의혹까지 제기됐다. <스트레이트>는 자승 조계종 전 총무원장이 지난 3월 29일 태광그룹 상품권을 이용해 전 총무부장 종훈스님과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휘슬링락은 회원권 가격이 13억원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 임태희·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고위 인사들이 드나드는 골프장이다.

이곳은 또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의 불법 골프접대 연루 의혹이 제기된 골프장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기흥 회장은 “조계종 관계자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모임일 뿐”이라며 접대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명단 속 일부 인물들이 조계종과 별다른 연관이 없어 위증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전 총장은 골프접대 의혹에 대해 <스트레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승 스님이 초대해서 간 것은 맞다”면서도 공직을 떠났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해당 골프장이 사실상 이호진 전 회장의 보석 특혜를 위한 로비 창구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태광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휘슬링락 김기유 대표는 자승 체제에서 동국대 이사까지 올랐던 인물이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대표의 관계가 두텁다고 들었다”면서 “김진태 전 검찰총장도 유명한 불교계 인사다. 퇴직한 신분이라고 하지만 검찰의 전관예우가 의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검찰에 달려있다. 병보석을 취소하는 것도 검찰만이 할 수 있고, 최근까지 제기된 의혹들을 수사하는 것도 검찰이 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이 전 회장의 황제 보석을 방치해왔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휘슬링락을 압수수색하고 이 전 회장을 대신해 태광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유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태광그룹 상품권을 팔아 확보된 현금이 이 전 회장의 비자금으로 전용됐을 가능성과 휘슬링락 회원들에게 태광이 운영 중인 다른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다른 골프장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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