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실업의 자회사인 한세엠케이와 실적 하락과 표절 의혹에 휘말려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 한세엠케이
한세실업의 자회사인 한세엠케이와 실적 하락과 표절 의혹에 휘말려 힘겨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 한세엠케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세엠케이가 올해 연말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1·3분기 영업적자 발생으로 인해 올해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 의류 스타트업 업체와의 표절 시비가 좀처럼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다. ‘NBA’, ‘버커루’, ‘TBJ’ 등의 캐주얼 브랜드를 전개하는 한세엠케이는 OEM 의류 전문 업체인 한세실업(50.02%)의 자회사다.

◇ ‘마스크 모자’ 표절 의혹에 곤혹

한세엠케이와 듀카이프의 모자 표절 논란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자신들의 모자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듀카이프 측의 주장에 대해 한세엠케이가 공식적으로 ‘사실 무근’이라는 밝히면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달 초 ‘한세엠케이가 모자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듀카이프의 주장이 한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듀카이프는 스타트업 성격의 업체 앨쥬브이가 전개하는 모자 전문 브랜드다. 마스크를 리벳에 걸어 모자에 거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한세엠케이가 표절해 출시했다는 게 듀카이프 측의 주장이다.

듀카이프가 원조를 주장하는 모델은 일명 ‘마스크 모자’로 알려진 ‘프랑켄더스트 볼캡’이다. 아이돌 그룹 등의 영향을 받아 번진 마스크 패션에 착안해 개발된 것으로 보여지는 이 모델은 듀카이프가 1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출시 후 워너원 등이 착용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듀카이프 주장대로 프랑켄더스트와 한세엠케이 제품은 디자인적으로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 표절 여부의 핵심이 되는 마스크를 리벳에 건다는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두 제품이 굉장히 닮아있다. 한세엠케이가 지난해 4월 열린 한 패션 박람회에서 듀카이프 부스를 찾아 마스크 모자 제품을 칭찬하고 촬영해 돌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표절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 모자’는 독창성이 결여된 이미 보편화 된 방식이라는 게 한세엠케이의 주장이다. 논란이 불거진 지 20여일이 지난 23일에서야 공식 입장문을 낸 한세엠케이는 “메인 소재, 천 디자인, 버튼, 장식, 기타 세부 디테일 등 전반적인 모든 사항에서 전혀 다른 제품”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한세 측은 모자에 마스크를 거치하는 제품은 수 년 전부터 이미 실용신안 및 특허가 다수 존재한다며 듀카이프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 1·3분기 영업적자에 올해 실적 ‘빨간불’

한세엠케이에 따르면 모자에 마스크를 거치하는 방식은 2010년 선보인 황사대비용 멀티 캡이 원조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4년 실용신안 권리가 소멸됐다. 이를 근거로 한세엠케이는 “이미 공개가 되었다가 권리가 소멸된 상태라 특정인이 독점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며 “마스크 모자는 누구나 제조 및 판매할 수 있는 제품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 출원한 듀카이프의 마스크탈부착형 모자 관련 실용신안등록출원 또한 지난 2월 진보성이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거절이유 통지를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듀카이프 측은 “27일 오전 중으로 최종 입장을 확정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듀카이프는 현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한세엠케이를 강남경찰서에 고소한 상태다. 한세엠케이가 표절 의혹을 정면 부인하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듀카이프가 고소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양측은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동반성장과 상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라, 한세엠케이로서는 이 같은 논란에 휘말렸다는 자체만으로 여간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공식입장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할애 할 정도로 신중을 가했다는 건, 그만큼 이번 이슈가 가진 민감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칫 잘못된 대응으로 인해 매출 3,000억대 의류 대기업이 스타트업 제품을 베꼈다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모자 표절 의혹을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한세엠케이는 올해 큰 폭의 실적 하락마저 우려되는 지경에 처했다. 한세엠케이는 올해 1분기와 3분기에 영업적자가 발생하면서 누적 영업이익이 17억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79% 감소한 금액이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27% 줄어든 39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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