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부터 3주째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지 않았다. 청와대는 해외순방과 다음 순방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기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하는 성과와 보고서의 수준을 참모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수보회의가 매주 월요일 반드시 열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수보회의가 아니더라도 참모들은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고 또 지시를 받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잠정적으로 매주 월요일에 하지만, 정례적인 것은 아니다. 회의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례적이라거나 특수하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3주 연속 수보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수보회의는 기본적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청와대 내부 회의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입장과 정책방향에 대해 국민에게 약속을 하는 자리기도 하다. 회의를 개최하는 않는 것 자체에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 대통령이 보고에 엄격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참모들의 보고에 “지난해와 무엇이 달라졌느냐”, “이게 정말 맞는거냐” 등 문 대통령의 되물음이 많아졌고, 추가 보고요청도 많아졌다고 한다. 장관들에 대한 질책도 부쩍 많아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고한 국민연금개혁안에 대해 “국민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반려했고,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현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질책도 나왔다. 형식적 보고가 아닌 진짜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참모들의 자성과 심기일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지난 23일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비서실과 안보실 비서관이 모두 참석한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이 자리에서 “끊임없는 성찰”과 “최고의 실력”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경호처 소속 경호원의 폭행사건,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등 최근 공직기강 문제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26일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청와대 전 직원에게 내부메일을 통해 쓴 소리를 했다. 임 실장은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들 아실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라고 했다. 이어 “관성이 이끄는 데로 가면 긴장감은 풀어지고 상상력은 좁아질 것이다. 익숙함, 관성과는 단호하게 결별하라”며 “이 순간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도 있다.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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