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이겨내고 공사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백석역 배관 사고'로 인해 초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을 이겨내고 공사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백석역 배관 사고'로 인해 초반부터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지역난방공사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취임 두 달을 맞은 한국지역난방공사 황창화 사장이 힘겨운 데뷔전을 치르고 있다. 원재료인 LNG 가격 인상 부담을 이겨내고 수익성 개선에 골몰해야 하는 와중에 도심 한복판에서 온수 배관이 파열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 ‘백석역 사고’ 민심에 기름 부은 공사 수장

지역 4일 고양시 백석역 일대를 아비규환으로 만든 온수관 파열 사고는 낡은 배관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7년 된 낡은 배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됐다는 분석이 현장 관계자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되자 5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98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관을 앞으로 1주일간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배관을 제대로 관리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관은 10년 정도 사용하게 되면 정밀검사를 통해 교체 여부를 판단한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사고가 발생한 백석역 일대 배관의 경우 교체 없이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적절한 검사가 이뤄졌는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을 소환조사해 관리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사고의 핵심 책임기관으로 지역난방공사가 지목된 상황에서 가장 어깨가 무거워야 할 기관의 수장이 오히려 사태를 키우는 형국이다. 지난 10월 지역난방공사의 키를 잡은 황창화 사장이 현장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화를 돋우는 모습이다. 다수 매체에 따르면 5일 오전 0시경 황 사장은 이재준 고양시장 등에게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웃음 섞인 표정을 짓자, 자리에 있던 한 시민이 이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웃음의 별다른 의미는 없었으며 시장과 시민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발언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만약 이번 일을 계기로 야당 등 반대 진영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낙하산 꼬리표가 붙어있는 황 사장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백석역 사고 현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웃음 섞인 표정을 지어 논란이 되고 있는 황창화 사장. / 지역난방공사
백석역 사고 현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웃음 섞인 표정을 지어 논란이 되고 있는 황창화 사장. / 지역난방공사

◇ ‘팔수록 손해’ 열사업 어쩌나

백석역 사고에 황 사장의 언행 문제가 겹치면서 지역난방공사가 맞닥뜨리고 있는 당면 과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황 사장이 임기 동안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초반부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지역난방공사는 극심한 수익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영업익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 2005년 2,099억원에 달했던 영업흑자는 지난해 1,19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사정은 더 좋지 않다. 3분기 누적 영업흑자는 263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감소한 규모다. 올해 누적된 당기순손실은 108억에 이른다.

문제는 수익성 감소의 원인이 원재료인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있다는 점이다. LNG 가격이 상승에도 이를 판매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성수기로 접어드는 지난 3분기에만 432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건 바로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난방공사의 당기 매출액은 3,817억원이었던 반면 매출원가는 이보다 많은 4,022억원으로 나타났다.

LNG가격은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황 사장이 구상한 ‘경제적 효율성’을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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