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임명장 수여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임명장 수여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0일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임명장 수여식을 열고 경제사령탑으로 공식 임명했다. 지난달 9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부총리로 내정한 지 한 달만의 일이다.

◇ 경제성장률 제고, 소득주도성장 연착륙

청문회 벽을 넘어 ‘내정자’ 꼬리표를 뗐지만, 홍 부총리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난제는 더욱 만만치 않다. 먼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OECD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 수준으로 예상된다. 2017년에 비해 0.4% 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문제는 설비투자 감소, 수출둔화, 소비심리 위축 등의 요인이 겹치며 향후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2%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홍 부총리는 ‘혁신성장’을 통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핀테크, 스마트팩토리 등 이른바 8대 혁신성장 선도 분야의 규제완화와 정부예산지원을 통한 진흥을 청문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날 수보회의를 개최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 원천기술 연구개발, 플랫폼 경제기반 투자, 8대 혁신 선도 분야, 혁신창업 활성화 등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예산이 조속히 집행돼야 한다”며 홍 부총리에 힘을 실어줬다.

최저임금인상·노동시간단축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연착륙도 홍 부총리가 해결해야할 과제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과 경기둔화가 겹치면서 2019년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성은 유지하면서도 인상폭과 속도는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아울러 최저임금위원회 내부에 구간설정위원회 등을 설치해 결정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뜻도 밝힌 바 있다.

◇ ‘김동연-장하성 엇박자’ 재현 안 돼

KDI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2달 연속 100이하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체감하는 경기상황이 2003년부터 2015년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KDI 경제동향 보고서
KDI가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가 2달 연속 100이하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하면 체감하는 경기상황이 2003년부터 2015년 평균보다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KDI 경제동향 보고서

경제정책 메시지를 일원화하는 것 역시 홍 부총리의 몫이다. 1기 경제팀을 구성했던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메시지에 엇박자를 냈었다. 청와대는 ‘김동연=혁신성장, 장하성=소득주도성장’으로 이원화했지만 패착이었다. 이후 경제사령탑 논란으로 비화됐고, 야권에 발목을 잡혔다.

결국 논란은 문 대통령이 동시에 두 사람을 교체하고 나서야 잦아들었다. 사회분야 전문가인 김수현 전 사회수석을 정책실장에 발탁한 것은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된다. 경제사령탑은 홍 부총리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른바 ‘서별관 회의’를 부활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별관 회의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경제관련 장관 및 청와대 참모들을 주축으로 열리는 비공개 경제점검회의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밀실회의’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고, 한국은행 총재의 참석으로 독립성 문제까지 불거졌었다. 이에 2016년 6월 이후 사실상 폐지됐었으나 청와대와 정부 사이 정책조정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이번에 부활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홍 부총리와 김 실장이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속도감 있게 일을 진척시켜 나가기 위해서 경제관련 장관들이 수시로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별관 회의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단 장소가 (서별관이) 아니고, 서별관 회의가 과거 문제가 됐던 것은 한은 총재가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런 성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를 마친 뒤 환담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활력을 찾아야 하고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경제사령탑으로서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 팀이 되어 함께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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