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사건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는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 /AP-뉴시스
김정남 암살 사건 피의자로 말레이시아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베트남 국적 도안 티 흐엉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북한이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베트남에 비공식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은 아니지만 북한 당국 차원에서 김정남 암살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베트남의 반발은 김정남 암살 사건에 자국민이 연루된 데에 기인한다. 피의자 중 한 명인 도안 티 흐엉은 베트남 국적자로 현재 말레이시아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리홍 전 주베트남 북한대사의 아들인 리지현으로부터 VX 신경작용제를 건네받아 범행을 저지른 혐의다. 공범으로 지목된 리지현은 북한으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내용이 전해진 뒤 베트남이 관계단절까지 검토할 정도로 북한과의 관계가 냉각됐다고 한다.

북한이 사과 또는 유감표명을 한 것은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한은 개혁개방의 모델로 중국 보다는 베트남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베트남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베트남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리용호 외무상이 베트남을 방문했는데, 우리 외교당국은 북한의 노력이 일부분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공식 사과를 할 경우, 김정남 암살을 북한당국이 자행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비공식’이라는 형태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간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전면 부인하며 자국민 ‘김철’의 심장마비로 인한 단순사망이라고 주장해왔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북한이 암살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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