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는 28일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선거제도 관련 주요쟁점 토론의 건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는 28일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선거제도 관련 주요쟁점 토론의 건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우리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한창이다. 이 가운데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위한 최저조건, 이른바 문턱조항 혹은 봉쇄조항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에 따르면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5명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확보하거나,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받아야 한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는 측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정치 참여를 하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봉쇄조항 기준이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동형 비례제 혹은 우리나라 현행 제도와 같은 병립형 비례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마다 다른 기준의 봉쇄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의 대표적인 국가인 독일은 지역구 국회의원 3석 이상 혹은 정당득표율 5% 이상을 받은 정당이 비례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봉쇄조항으로 독일의 대표적인 제3당이었던 자유민주당(FDP)은 2013년 총선에서 의회 진입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자민당의 정당 득표율은 4.76%였고 지역구 의석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반면 2017년 총선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은 0명이었지만 정당 득표율 10.75%를 기록해 비례대표만 80석을 확보했다.

비슷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20대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2.63%를 받아 원내진입에 실패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지역구 4석과 득표율 2.8%를 받아 비례대표 1번이었던 김종필 총재가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이같은 봉쇄조항은 비례대표제를 통한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독일은 과거 봉쇄조항이 없는 순수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가 극좌·극우 세력들이 원내에 진입했고 끝내 나치 독재를 맞아 패망을 맞이하기도 했다. 반면 기준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군소정당의 정치 참여 기회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독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봉쇄조항 기준은 다소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는 소수정당 및 원외정당으로선 기준을 현행 정당 득표율 3%보다 낮추는 것이 원내 입성에 유리하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따르면, 봉쇄조항에 대해선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내년 2월까지 선거제 개혁안의 국회 의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봉쇄조항 기준을 놓고 여야가 입장이 다르거나 아직 입장이 없는 정당도 있어 추후 이를 둘러싼 격론이 예상된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2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의당은 봉쇄조항 기준을 계속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군소정당 난립의 문제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당이 자신들의 강령이나 정책이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은 진입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옳지 않겠나"라면서도 "그렇다고 문턱을 아예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기존 정당득표율 3%에서 2%로 낮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반대로 독일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당의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5%정도가 적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다당제가 너무 극단화되면 국정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봉쇄조항을 너무 낮추게 되면 태극기부대나 민주노총과 같은 특정 세력들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다당제가 좋은 것은 맞지만, 군소정당의 난립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최소한 5% 정도로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의당 입장에서도 (연동형 비례제 도입으로) 노동계가 분열하면 세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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