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본격 추진 중인 가운데, 하청업체 갑질 논란이 또 하나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본격 추진 중인 가운데, 하청업체 갑질 논란이 또 하나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 조선업계의 판도를 뒤흔들 대형 M&A가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하청업체들의 주장은 또 하나의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선업계의 초대형 ‘빅딜’ 추진이 발표된 것은 지난달 말. 대우조선해양을 20여 년간 품어온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과 매각을 논의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산업은행과 조선업계의 숙원이 마침내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수주잔량 기준 전 세계 1·2위 업체 간의 인수라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이자 국내 조선업계를 ‘빅2’ 체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매각 추진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 속에 노동계는 일찌감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특혜 논란은 물론 군산조선소 폐쇄와 관련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들의 ‘갑질 피해’ 주장 역시 매각 추진 과정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3사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보상 등을 촉구했다. 매각에 앞서 갑질 횡포를 인정하고, 보상을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하청업체 대한 대우조선해양의 갑질 행위를 적발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1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7개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계약서를 시공 이후에 발급하고, 대금을 일방적으로 낮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의 지위를 악용해 계약서 작성 시점과 내용 등을 제멋대로 한 것이다.

공정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징금을 부과한지 2주 만인 지난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새로운 유형의 갑질을 샅샅이 파헤쳐 적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갑질 행위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추진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대우조선해양이 갑질 행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보상 등 해결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매각이 완료되면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등 보상의 주체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를 주장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필사의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갑질 행위를 인정하고 보상에 나선다 해도 해결이 쉬운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 및 보상범위 산정 등이 복잡하고, 적잖은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서로의 입장이 엇갈려 법정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각각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원활한 매각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인수의 주체인 현대중공업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하청업체들의 갑질 피해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의 입장을 고려해 보상 등에 소극적으로 나설 경우, 자칫 매각 자체가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힐 수 있다.

복잡하게 얽힌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갑질 문제가 매각 추진 과정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긴장감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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