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안은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멜리아 호텔 앞 경비를 강화했다. /AP-뉴시스
베트남 공안은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멜리아 호텔 앞 경비를 강화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평양서 전용열차를 타고 하노이로 출발했다. 열차는 베이징을 경유하지 않고 곧바로 텐진, 광저우, 난닝을 거처 26일 오전 베트남 란선성 동당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육로를 택한 것은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중 전략적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다가올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또한 1974년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 동선을 답습함으로써 공식 후계자임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정은 위원장 베트남행 열차 예상 이동로. /뉴시스
김정은 위원장 베트남행 열차 예상 이동로. /뉴시스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과 경호을 위한 의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전용기 참매 1호의 비행거리는 재원상 1만 km로, 약 4,500km 거리인 평양과 하노이를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생산한 지 35년이 넘은 노후기종이어서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참매 1호 대신 에어차이나 소속 보잉 747 항공기를 이용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육로이동을 통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북측의 의도로 봤다.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이동은 북측 의전팀의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라며 “북-베트남 열차이동의 역사적 의미 등 충분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지 회담 참석을 위한 이동만으로 메시지를 주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측면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일정은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하노이행에는 김영철 부위원장을 비롯해 리수용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의 고위급 핵심인사들 상당수가 동행했다. 이는 수뇌부가 장시간 자리를 비워도 될 만큼 내부 단속이 돼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열차는 북미정상회담 하루 전인 26일 오전 경 베트남 란선성 동당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차량을 이용해 하노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산업단지 혹은 관광지를 시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본 <산케이 신문>은 베트남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전날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을 시찰할 예정”이라고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우리기업 방문은 역사에 없던 일로, 성사될 경우 비핵화와 경제발전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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