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안 중 하나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년 총선에 대입할 경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은 지역구 의석이 하나도 없는 순수 비례대표 정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럴 경우 소수정당은 원내 협상력이나 인재영입 부분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월 23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야3당 선거제 공동협의안 발표를 위해 국회 정론관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선거제 개편안 중 하나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년 총선에 대입할 경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등은 지역구 의석이 하나도 없는 순수 비례대표 정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럴 경우 소수정당은 원내 협상력이나 인재영입 부분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1월 23일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야3당 선거제 공동협의안 발표를 위해 국회 정론관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정치권에서 선거제 개편안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야 3당에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통해 정당의 존속은 가능하더라도, 순수 비례대표 정당으로 재구성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을 배분하는 형식의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될 경우, 소수정당의 비례대표 확보는 기존 거대양당보다 쉬워진다. 소수정당이 지역구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도, 정당 득표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규모를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리려는 것도 이같은 비례성을 맞추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 없이 비례대표만으로 구성되는 정당이 탄생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시·도지사 전체 17석 중 민주당이 14석, 한국당 2석, 무소속 1석을 가져간 것처럼 야 3당이 지역구 의석을 한 석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망은 지난해 12월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치혁신위원회가 6·13 지방선거 광역의원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 연동형 비례제를 적용한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바 있다. 당시 결과에 따르면 총 360석 가운데 민주당 218석, 한국당 85석, 정의당 27석, 바른미래당 24석, 평화당 5석, 기타 1석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은 모두 비례대표로 구성됐다.

위 시나리오대로 갈 경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원내교섭단체 조건은 달성하지만, 원내 협상력은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속된 말로 '선수가 깡패'라는 표현이 있는데, 초선 비례대표 원내대표가 거대정당의 3선·4선 원내대표 사이에서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관영(재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취임 초기 원구성 협상에서 기재위와 산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교육위와 정보위 등 비경제 상임위만 배정받아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비례대표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면서 인력난도 예상된다. 현재 바른미래당은 29석 중 13석이, 정의당은 전체 5석 중 4석이 비례대표다. 모두 초선 의원으로 재선을 하려면 지역구로 출마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7대에서 19대까지 비례대표 의원들이 재선할 가능성이 1.8%에 불과하다는 조사가 나올 정도로 생존율이 낮은 상황이다. 이는 비례대표 제도가 주로 정치신인의 등용문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신인을 다수 영입해야 하는 것도 소수정당으로서는 고민거리다. 비례대표 출마자 입장에서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당을 선호하는 만큼, 지지율이 낮은 소수정당에 얼마나 양질의 후보자가 지원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녹색 돌풍'의 주역인 안철수 전 대표라는 간판을 통해 그나마 인재영입이 수월한 편이었다. 인재영입이 난항을 겪을 경우 당내 다선 의원들이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비례대표로 출마해 '등용문'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지난 3년간 비례대표 의원 중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고 인지도를 쌓은 분들이 상당히 있는데, 내년 총선에서 얼마나 살아서 돌아올지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전문성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도 검증된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연임이 가능하도록 정치권에서 논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야 3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린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비례대표 확대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여야 4당 공동안이 조만간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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