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단독회담을 마치고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단독회담을 마치고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여진이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영변 외 ‘플러스알파’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정리됐지만, 속속 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되면서 양측의 비핵화 개념에 대한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드러났다.

6일(현지시각) CNN의 보도에 따르면, 양측의 합의가 결렬된 후 최선희 부상이 급하게 미국 대표단에 다가와 영변 폐기와 관련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협상결렬을 막기 위한 마지막 시도였다. 미국 측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정의를 분명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최 부상은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김 위원장의 답변을 다시 받아왔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미국 측은 끝내 거절했다.

◇ 북미 정상이 직면한 ‘디테일의 함정’

이와 관련해 새롭게 언급된 지명은 영변 핵시설 인근의 ‘분강’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플러스알파는 강선이 아닌 분강이며 미국은 이곳에 1만 개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언급된 적 없는 시설을 발견한 게 있다”고 했던 곳이 분강이라는 것이다.

종합하면 미국은 ‘영변 핵시설’의 범위에 분강을 포함한 포괄적 요구를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북한의 답변은 ‘영변의 모든 것’이었는데, 미국 측 입장에서 다소 모호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핵화 개념부터 시작해 지역 등 세부적인 단계까지 양측의 시각차가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미 간 인식차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긍정적인 것은 김 위원장이 협상타결에 강한 의지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잡아 멈춰 세운 것이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분강’이라는 명칭을 두고 양측의 오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서훈 국정원장에 따르면, 분강은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 행정지구 이름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회담 결렬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회담 결렬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 북미 간 여론전 가열

중재역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말을 아끼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하나 더’의 의미가 특정시설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포괄적으로 영변 이외의, 영변에서 더 나아간 어떤 것을 요구하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다”며 “의미가 무엇인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7일 취재진과 만난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북미정상회담 이후부터 지금까지 상황은 상당히 신중하고 진중하게 접근해야할 사항이어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밝히기 어렵다”면서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을 하는 중이고, 전략적 판단에 따라 액션플랜이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다양한 메시지로 서로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내세워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서는 “수주 내 평양에 팀을 보내길 희망한다”며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이 “추후 제안이 오더라도 우리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조선중앙통신에 “(북미 정상이) 생산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하는 등 다음을 기약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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