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이 사외이사로 홍재형 더불어민주당 고문을 영입해 뒷말을 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주총회 시즌을 맞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힘있는 권력기관 출신이나 친정권 성향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관행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경륜과 전문성을 고려한 인사라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안팎에선 곱지 않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곳 중 하나다.  

◇ 친정부 성향 인사 영입… 방패막이용 낙하산 인사 구설 

코오롱그룹의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안건 중 하나로 사외이사 선임안이 상정된다. 신규 사외이사로는 홍재형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후보로 오른다. 

1938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난 홍 고문은 관료 출신 정치권 인사다. 홍 고문의 이력은 화려하다. 그는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관세청장, 외환은행장, 수출입은행장, 재무부 장관, 경제기획원 부총리 겸 장관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2000년부터는 정계에 진출해 16대~제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최고위원과 국회 부의장 직을 맡아 정치권 핵심 인사로 활약했다. 특히 2017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내면서 현 정부의 탄생에 일조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력은 홍 고문의 쌓아온 경륜을 뒷받힘해주지만 동시에 구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그가 친정부성향 인사라는 점을 들어 코오롱글로벌이 ‘방패막이용’으로 영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이 영입될 때마다 따라붙는 이슈다. 전문성과 경륜을 고려한 영입일 뿐이라는 게 기업들의 일관된 입장이었지만 안팎에선 로비창구나 정권의 외풍을 막는 방패막이 차원에서 힘 있는 인사를 모셔오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이 이어져왔다. 홍 고문의 경우, 친정부 성향 인사로 통해 이같은 구설을 더 키웠다.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부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재형 코오롱글로벌 사외이사 후보는 민주당에서 제16·17·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분”이라고 설명한 뒤 “친정부 성향 인사를 앉히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코오롱글로벌이 지난해에도 비슷한 영입 사례가 있었다는 점을 꼬집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3월에도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가 뒷말을 산 바 있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해 3월 코오롱글로벌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가 3개월만에 사퇴했다. 갑작스런 사퇴는 국회 사무처 사무총장으로 영입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됐다. 

채 의원은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이래 열리는 첫 정기 주주총회가 된 만큼 과거의 주주총회의 모습과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장회사에 공시된 주주총회 이사 선임안건을 살펴보니 거수기 사외이사, 낙하산 사외이사 등 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표결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민간 의결권 자문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홍 고문이 고령의 나이인 점을 이유로 선임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일반적인 임직원의 정년을 상당기간 넘긴 후보자에 대해선 업무충실의 우려로 반대를 권고하고 있다”며 “홍재형 후보는 1938년 3월생으로 2019년 현재 81세다. 이는 일반적인 정년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재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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