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다시 상승해 그랜드크로스를 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터=리얼미터, 한국갤럽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다시 상승해 그랜드크로스를 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터=리얼미터, 한국갤럽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며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서는 ‘그랜드크로스’를 그렸다. 하노이 회담 결렬과 북한의 미사일 기지 복원 움직임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2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1% 포인트 상승해 45%를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2%포인트 하락한 44%로 집계됐다.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3월 2주차 주중집계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47.9%)는 3%포인트 상승한 반면, 부정평가(46.5%)는 3.2%포인트가 줄어 그랜드크로스가 나타났다.

◇ 특권층 비위사건 수사에 긍정평가 상승

지지율 상승의 원인으로는 수사기관 개혁과 버닝썬·장자연·김학의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낸 것이 꼽힌다. 리얼미터는 “특권층 비리 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간 개혁을 둘러싼 대립선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 고공행진을 견인해왔던 북한 관련 이슈가 악재로 변했음에도 상승국면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긍정평가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꼽은 비율은 17%로 지난주 대비 3% 포인트 빠졌다. 대신 ‘개혁과 적폐청산’ 항목에서 긍정평가가 3%가 증가했고, ‘김학의·장자연 조사기간 연장’과 ‘수사기관 개혁’ 부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북한발 악재가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사실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에서 ‘북한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기대감을 모았음에도 정작 문 대통령 지지율에는 일부 영향을 미쳤을 뿐, 큰 호재라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북미협상 결렬 이후 부정적 이슈의 보도가 지속되는 것은 부정적 요인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정지지율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등을 계기로 수사기관 개혁이 이슈화 됐고, 이념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국민들이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역대 정부 3년차와 비교하면 안정적”

한국갤럽의 세대별-성별 국정지지율을 살펴보면 특히 20대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
한국갤럽의 세대별-성별 국정지지율을 살펴보면 특히 20대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

실제 북한 이슈 외에 대통령 지지율에 경제, 청년이슈, 젠더이슈, 교육 등 국내현안이 민감하게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20대의 경우 남성(긍정 20%, 부정 61%)과 여성(긍정 56%, 부정 25%)이 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극명하게 다른 평가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50대에서도 여성(긍정 27%, 부정 61%))이 남성(긍정 41%, 부정 53%))과 비교해 크게 낮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권 실장은 “리얼미터는 공표하지 않았지만 20대 남녀의 대통령 국정지지율 차이는 한국갤럽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젠더정책을 두고 남성과 여성이 엇갈리는 시각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게 20대”라고 말했다. 다만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에 결과 값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데드크로스와 그랜드크로스가 한 주 만에 반복되는 등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지만, 위기국면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3년 차 지지율과 비교했을 때 50%에 가까운 양호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경제, 북한발 악재 등 부정적 이슈가 적지 않지만, 긍정평가가 부정평가 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권 실장은 “집권 3년차에 30%대로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은 정권이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지지율이 40%대 초중반에 들어서니 언론에서 좋다고 대서특필을 했다. 일직선상에서 비교하긴 그렇지만 40% 중후반이면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하노이 회담 결렬, 부정적 경제지표 등이 있어 큰 반등은 어렵다. 지엽적으로 부정적 이슈가 있어 당분간 지지율이 등락하면서도 45%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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