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포장재에 주로 사용되는 백판지 생산업체인 신풍제지가 화장품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신풍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산업포장재에 주로 사용되는 백판지 생산업체인 신풍제지가 화장품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신풍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제지 업체 신풍제지가 사업다각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인 백판지 생산과 다소 동떨어진 화장품 사업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 들쭉날쭉한 원재료 가격으로 어려움에 빠진 지류 사업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화장품 분야 또한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라는 점에서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 ‘화장품’ 사업목적 추가… “미래 M&A에 대비”

신풍제지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첫 단추를 꿰었다. 지난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부 정관을 변경해 ‘화장품 제조 및 판매’, ‘화장품 관련 수출입 및 도소매업’ 등을 새롭게 사업목적에 추가 시켰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화장품 이슈와 관련된 M&A가 있을 때 재빨리 대처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단 사업목적에 넣을 것일 뿐,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1957년 국내 최초로 백판지 생산을 시작한 신풍제지가 화장품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어려움에 처한 업황과 연관이 깊다.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펄프 가격이 지난해 2년 전 보다 47% 가량 비싼 1,025달러(활엽수 기준)까지 오르면서 원재료 부담에 시달렸다. 또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 규제와 IT기기 발달 등에 따른 종이 수요 감소로 인해 사양산업으로 인식된 지 이미 오래다. 신풍제지 역시 2015년과 2017년 원가 상승 등의 이유로 각각 196억원과 2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화장품이 신풍제지의 미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뷰티가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화장품 마켓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조 공장만 2,000여개에 달하며 판매업체는 1만 곳이 넘는 걸로 알려져 있다. K뷰티를 선도했던 1세대 로드샵 브랜드들이 부진한 실적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다는 건 관련 산업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미풍에 그친 사업다각화 전략

이미 내놓은 대비책이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신풍제지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무리하게 비춰지는 배경이다. 신풍제지는 주력인 지류 외에도 몇 가지 기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수입자동차판매와 MCN(다중채널네트워크)사업을 비롯해 학원업에도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각 사업별로 시장에 뛰어든 지 수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미진한 편이다. 신풍제지 전체 매출에서 이들 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2012년 출자해 설립된 학원 법인 '꿈의실현 1331'은 지난해 매출(13억)이 전년 대비 19% 줄었으며 8,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50%의 지분을 보유한 MCN사업체 '에이트엠'은 1억 5,000만원의 순손실을, 수입차업체 'SP모터스'의 지난해 순이익(8,000만원)은 전년 보다 73% 급감했다.

신풍제지 관계자는 “사양산업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제지업이 어렵다 보니 새로운 도전들을 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들어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고, 동종 업계 전체로 봤을 때도 회사의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 적인 측면도 좋게 나왔다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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