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코레일 신임 사장이 지난 3월 27일 오전 경기도 고양 KTX차량기지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다. /코레일
손병석 코레일 신임 사장이 지난 3월 27일 오전 경기도 고양 KTX차량기지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다. /코레일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달 27일 손병석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코레일 사장에 취임한 가운데, 전국철도노조가 손 심임 사장의 이력을 문제 삼았다. 국토부 주요 요직을 거쳤던 만큼 정부와 코레일 간의 힘겨루기 국면에서 코레일 수장으로서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이윤보다 안전’ 선언한 文… 철도노조 ‘불신’

오영식 코레일 전 사장은 잇단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11일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강릉발 KTX 탈선사고 3일 만의 결정이었다. 오 전 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고 강조해왔으나 최근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열차 운행을 위해 불철주야 땀을 흘리고 있는 코레일 2만7,000여 가족에 대해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면서 이번 사고의 원인은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아래 추진된 대규모 인력 감축과 과도한 민영화 등이라고 꼬집었다. 

3선 의원 출신의 오 전 사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해 90여명의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고, 10여년간 해고상태로 있었던 KTX 여승무원들의 채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서울역에서 발생한 KTX 굴착기 충돌사과와 강릉선 KTX 탈선사고 등 연이은 안전사고로 인한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오 전 사장의 사퇴를 부추겼다. 문 대통령은 오 전 사장 사퇴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1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재발 방지 위한 분명한 쇄신 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토부는 최근 크고 작은 철도 사고가 잇따른 사실을 중시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쇄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며 “혹시라도 승객의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과 성과를 앞세운 결과가 아닌지도 철저히 살펴보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 “신임 사장, 이윤 추구 몰두하는 국토부 출신” 

그러나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안전제일주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손병석 신임 사장 임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철도노조의 주장이다. 

철도노조는 오 전 사장이 사퇴한 다음날 성명을 내고 현 철도정책을 추진해온 국토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철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현 철도정책을 막지 못했다”면서 “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지난 정권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철도 민영화를 추진했던 관료들은 도려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동맥인 철도를 토막 내 엉망진창 아수라장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여전히 국토부에 또아리를 틀고 철도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며 “이들은 대규모 인력 감축, 정비 축소, 철도 운영 분할, 시설과 운영의 분리 등 효율화로 포장된 민영화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철도노동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다”고 질타했다.  

특히 철도노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발주한 ‘철도산업 구조개혁 연구용역’이 강릉선 KTX 사고 이후 중단된 것과 관련, 국토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국토부 요직에 있었던 손 신임 사장의 철도개혁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떨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철도노조는 “지금 철도는 시설과 운영은 분리되고, 운영부문은 이윤을 쫓는 국내외 자본들이 호시탐탐 달려들고 있다”며 “안전한 철도, 시민을 위한 철도, 대륙을 연결하는 국민의 철도로 다시 살리는 길은 ‘철도 정책의 전면 재검토’ 뿐이다. 처참하게 구겨진 KTX의 모습은 시민과 열차의 안전을 외주화에 내맡긴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사위크>는 코레일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만 손병석 신임 사장은 지난달 취임사를 통해 “안전한 철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철도 안전의 패러다임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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