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와 알앤써치 등 여론조사 업체에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살펴보면, 상위권에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리얼미터, 알앤써치
리얼미터와 알앤써치 등 여론조사 업체에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살펴보면, 상위권에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데이터=리얼미터, 알앤써치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민주당의 여느 때보다 풍성한 대선후보군을 자랑하고 있다. 2~3명의 대선주자들을 보유했던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다양한 후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 역사상 처음이라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관련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 후보들의 강세가 뚜렷하다. 지난 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3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 10명의 후보군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5명으로 나타났다. 범여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7명으로 늘어난다. 8일 발표된 알앤써치의 조사에서도 상위 5명 가운데 3명이 민주당 인사였다.

◇ 지역·성향·지지기반 다양한 후보군 상존

지지세력, 지역, 성향이 다양하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범여권 지지층에서 1위(22.1% 리얼미터)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총리는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인 호남 출신이면서 ‘비문’으로 통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를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보좌하고 야권으로부터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차기 대통령 감으로 급부상했다. 4선 국회의원과 재선 광역자치단체장 이력이 증명하듯 ‘안정감’이 최대의 무기다.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9.3%, 리얼미터)와 박원순 서울시장(7.3%), 김경수 경남도지사(6.2%)도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경선 과정에서 득표력을 확인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충성 지지층이 분명하며, 김경수 지사는 친문진영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가족사와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각각 송사에 휘말려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언제든 부상이 가능한 상태다. 최초 3선 서울시장의 위업을 달성한 박원순 시장은 시정 성과가 뒷받침된다면 차기 대선을 노려보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민주당의 카드 중 하나다. 오히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에 이어 두 번째(17.2%, 리얼미터)를 차지할 정도로 다른 후보들보다 앞서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유시민 이사장은 거듭 손사래를 치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 등 활동 그 자체로 민주당의 재집권에 한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인사는 사석에서 “후보군이 많을수록 더 많은 국민들의 이목을 민주당에 잡아놓을 수 있기 때문에, 다수의 대선후보가 있다는 것은 이점”이라며 “주연배우급 정치인들의 경쟁은 대선경선의 볼거리도 제공하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 정부여당 ‘거품’이면 오히려 불리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언급되는 이낙연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언급되는 이낙연 총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하지만 민주당의 고민은 적지 않다. 다수의 대선후보에도 불구하고 대세론을 형성할 만큼 두각을 나타내는 후보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고만고만하다”는 의미다. 야권과 비교해 정부여당이 대선후보를 만들어내기 쉬운 환경임을 고려하면, 다소 “거품”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은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홍준표 전 대표 등 화려한 후보군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막상 대선국면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등이 터지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보수여권 지지층을 대상으로 독보적 1위(38.5%, 리얼미터)를 차지한 황교안 대표는 응답자 전체를 대상으로도 선두(21.2%, 리얼미터)를 지키고 있다. 현 체제를 바탕으로 내년 총선에서 성공을 거둘 경우, 차기 대선으로 직행할 여건이 마련돼 있는 셈이다.

여권 중진의원은 “일인 독주체제는 무너졌을 때 대안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단합이 중요한 시점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는 큰 장점이 있다”며 “황교안을 중심으로 보수야당이 뭉쳤을 때 쉽지 않은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론조사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여당에서 대선을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지는 국면에서 유력한 차기주자가 없다는 것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오마이뉴스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지난 3월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했다. 유무선 ARS 및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고, 2516명이 최종 응답을 완료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 전체 응답률은 6.9%p다. 알앤써치의 여론조사는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해 1032명이 응답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전체응답률은 6.3%p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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