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17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의 이테크건설 본사 전경. / 네이버지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17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의 이테크건설 본사 전경. / 네이버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OCI그룹의 건설계열사 이테크건설이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 주식 과다 보유 논란에 휩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의 주식 비중 절반이 이 회사 것으로 드러나서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없었다”는 이 후보자의 해명에도 금융당국이 주식 투자에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당사자들을 곤혹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이테크건설은 ‘이미선 테마주’로 불리며 투자 심리가 집중되는 덕을 보는 아이너리한 상황에 직면했다.

◇ 전국구 유명세 탄 이테크건설

일반 대중에게는 이름이 낯선 한 중견건설사가 인사청문회 시즌을 맞아 전국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산업화학 그룹인 OCI의 계열회사인 이테크건설이 그 주인공. ‘35억 주식’ 소유 논란을 불러온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의 보유 주식 절반이 이 회사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에 없던 유명세를 타게 됐다.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알려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주식 중 이테크건설 비중은 49.1%에 이른다. 35억4,887만원 상당의 주식 중 17억4,596만원이 이테크건설 한 회사의 몫이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삼광글라스 주식도 6억5,937만원에 달했다. 이 후보자 부부전체 주식의 67.6%가 OCI그룹과 관련이 있었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 부부의 주식 문제가 쟁점이 된 건 단순히 금액 때문만이 아니다. 특정 회사에 속칭 ‘몰빵’을 했다는 점이 야권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투자 대상이 일반 국민들에겐 낯선 중견건설 업체라는 게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초우량 주식보다 생소한 코스닥 주식에 투자를 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 검증된 투자 가치?… ‘이미선 테마주’ 등극

이테크건설은 건설업계에서도 주목도가 떨어지는 곳이다. 화학 및 산업플랜트를 주력으로 하는 도급순위 54위의 이테크건설은 자본시장에서 군장에너지의 모회사로 더 알려진 편이다. 지금은 열병합발전 업체 군장에너지의 코스피 상장 이슈에 기대 투자 가치가 있다고 통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 부부는 군장에너지의 상장설이 불거지기 전에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관 출신인 이 후보자의 남편 오모 씨가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OCI 그룹 재판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구심은 더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이테크건설은 소송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배우자는 기업 성장 가능성을 중시했다. 내부정보나 이해충돌 문제, 불법요소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 후보자의 주식 투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후보자 부부와 이테크건설 등 OCI그룹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테크건설의 주가를 반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선 테마주’, ‘헌법재판소 테마주’라는 말까지 오가며 투자 심리가 쏠리고 있다. 법조인 부부의 대규모 투자가 이테크건설의 투자 가치를 증명한 꼴인 셈이다. 실제 11일 오전부터 들썩이는 조짐을 보인 이테크건설의 주가는 전일 대비 3,200원(3.45%) 오른 9만5,900원에 장 마감했다. 삼광글라스도 전일 대비 1.53% 오른 3만9,75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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