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지도부 총 사퇴 촉구를 위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정무직 당직자들의 연속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지도부 총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지도부 총 사퇴 촉구를 위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정무직 당직자들의 연속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지도부 총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려는 지도부와 이를 반대하는 의원들 간의 충돌로 시작된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도부 총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은 현 지도부인 ‘손학규·김관영계’와 전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유승민·안철수계’로 갈라졌지만, 어느 쪽에서도 탈당이나 분당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창당 초기만 해도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사이 주도권 싸움으로 ‘국민의당 대 바른정당’의 계파 대립 구도가 뚜렷했다. 하지만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과정에서 이에 찬성하는 부류와 반대하는 부류로 계파가 재편되고 있는 분위기다.

‘손학규·김관영계’는 당권을 쥐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다.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채이배 의원과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임재훈 의원, 신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도 궤를 같이 한다. 당 중진인 박주선·김동철 의원과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도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한쪽에는 전직 대표를 역임한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을 중심으로 신(新) 연합계파가 형성됐다. 대부분 바른정당 출신이거나 안 전 대표의 측근 인사들로 구성돼있다. 앞장서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 전 대표와 가까운 김수민·김삼화·이태규·이동섭·신용현 의원이 포함된다.

◇ 당권 앞둔 세 대결… 총선 전 결판날까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계파 싸움'이 치열하다. / 뉴시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과 하태경 의원 등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계파 싸움'이 치열하다. / 뉴시스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지난 4.3 재·보궐선거 이후부터 시작됐다. 당선자를 내기는커녕 의미 있는 득표율도 얻지 못하면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돼왔다. 그러다 패스트트랙을 위한 사·보임 논란이 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 선거 패배 이후 합당·분당 이야기가 바로 나왔던 국민의당·바른정당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을 쪼개자”거나 탈당을 하겠다는 말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우리 목표는 당의 근본적인 쇄신이다. 그걸 위해서는 지도부 총사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계속해서 (추가 요구를)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탈당하려는 마음이면 이렇게 안 한다. 당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원래 근본적으로 새로운 게 시작되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법이다.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라고 탈당설을 일축했다.

문병호 최고위원은 “지금 우리 당이 지지도가 안 나오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없어질 당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수 노선을 취한 한국당으로 결국은 합당되는 경우가 되는데 누가 그런 당을 지지하겠느냐”며 “지금은 당연히 자강노선, 독자노선, 제3의 길인 새로운 정치노선을 가야만 지지도가 올라갈 수 있고 당의 살 길이 열린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총선이다. 21대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탈당이나 창당은 낙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봉합도 쉽지 않다. 일단 바른미래당의 원내3당 지위를 유지하면서 당의 주도권을 잡은 뒤 진보 또는 보수정당과 연대 내지 통합을 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복안을 양측 모두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김관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종료되면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들의 ‘세 대결’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지지층을 결집하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해 2일 발표한 5월 1주차 지지도 집계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전주대비 1.9%p, 2.6%p가 오른 39.9%와 34.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무당층이 감소하고 지지층이 결집해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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