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원내대표는 18일 당 원내대표실을 출입기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만든 ‘오 카페(Oh Cafe)’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 뉴시스
오 원내대표는 18일 당 원내대표실을 출입기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만든 ‘오 카페(Oh Cafe)’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현욱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취임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섰다. 그에게는 취임 할 당시부터 극심했던 당 내홍의 봉합과 국회 파행 속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의 중재자 역할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주어졌다. 오 원내대표는 “힘들었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 후 한 달 동안의 소감을 밝히며 “싸우고 중재하고를 반복하느라 사실 좀 힘들었다”며 “당이 큰 혼란 속에 있어 굉장히 어깨가 무거웠다. 당이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국회도 정상화되지 못하는 과정 속에서 오전엔 당에서 싸우고 오후엔 나가서 양당 중재하고, 집에 가면 정체성에 혼란이 오더라”고 했다.

이어 “내가 대체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잠도 많이 못 이뤘다”며 “바른미래당에 있는 의원들이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스탠스에서 극단적인 갈등을 싫어하는 분들이 오신 거 아니겠나. 그럼에도 당이 이렇게 큰 갈등 속에 있어서 그게 제일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은 지난 10일 의원총회를 통해 4월부터 이어져 온 당내 계파 갈등을 타개하고 당의 개혁과 자강을 이끌 해결책으로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원장 선임 문제에서 손학규 대표가 추천한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과 바른정당계가 위원장으로 내세운 정병국 의원으로 당론이 갈리며 갈등이 지속되다가 전날(17일) 오 원내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계의 대승적 양보로 주 의장이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로부터 제대로 된 비전이나 가치 이런 것에 대해 동의 받았느냐 하면 그렇지 못하지 않나. 그것에 대해 절박한 마음일 뿐”이라며 “당이 조금이라도 변화한 상태에서 내년 총선을 치르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지 손 대표 개인에 대한 사감은 없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의 퇴진 문제에 대해 “혁신위의 성격을 규정할 때 한계를 두고 하지는 않는다고 했으니 말로만 혁신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혁신을 하고, 지도부 체제 이런 것을 변화하는 것까지도 혁신위에서 필요하다고 한다면 판단을 할 것이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새롭게 혁신위원장이 된 주 의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 의장에 대해서 잘 모르기에 어떻게 활동할지는 잘 모르지만 출발 자체가 손 대표가 제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뢰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그러나 정치는 타협이니까 우리가 결국 수용했고, 같이 만들어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것을 두고 “국회 내에서 바른미래당의 제3당으로서의 역할이란 단순히 양당의 입장을 가운데로 모으고 절충하는 것 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수렴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당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상화 협상 속에 하다하다 안 돼서 단독소집 요구를 하게 됐는데, 이 과정 또한 바른미래당이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정상화 협상의 마지막 쟁점이 된 ‘경제 실정 청문회’와 관련해서 나름의 중간 지점을 제시했지만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한국당이 그 동안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관련 유감 표명 등을 요구해 왔는데, 그 문제가 해결될 만 하니 별개의 프레임을 들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의 생각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받아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당연히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여당에 있는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집권여당이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결국 국회가 열려야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국회를 여는 데에 최우선을 둬야한다”고 했다.

당의 내홍 봉합과 국회의 정상화 모두 해결의 실마리만 보일 뿐 최종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못 하자 일각에서는 “오 원내대표의 취임 후 한 달 동안 뚜렷한 성과가 나온 것이 없다”는 비판적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는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가) 극단적인 갈등 속에 금방 부서질 것 같지만 새로운 길이 열리는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라는 곳이 늘 갈등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고 그런 것들을 정치권 내에서 치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정치력이 안에서 작동하지 못 하고 경찰이나 법원으로 보내지고, 방치되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미래와 철학은 대화하면서 해답을 찾는 ‘젊은 정당’, ‘일하는 국회’이다. 이날 오 원내대표와 기자들의 만남은 당 원내대표실을 출입기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만든 ‘오 카페(Oh Cafe)’에서 이뤄졌다. 그는 이 장소를  ‘언론을 통한 국민들과의 소통 공간’이라고 밝히며 “공유, 공감은 21세기를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 가치는 권위의 담벼락을 허물거나 또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며 이 가치가 실현되려면 먼저 공간을 열어야 한다. ‘오 카페’는 이런 차원에서 작지만 중요한 의미이자 실천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작은 공간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공감, 소통 프로그램을 준비해 우리 정치의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생산되는 ‘아이디어 팩토리’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이 공간의 기획·연출을 맡았던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핵심은 소통 채널의 확보에 있었다”며 “새를 붙잡으려 하지 말고 둥지를 만들어 쉬어갈 수 있게 하자, 그래서 자연스레 소통의 길을 열어주자는 것이 오 원내대표의 뜻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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