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통상 분야를 넘어 안보까지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통상 분야를 넘어 안보까지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태국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포럼 참석 일정을 소화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에스퍼 미 신임 국무장관 등과 함께 호주 순방에 나섰다. 그리고 호주의 외교·장관들과 회담을 가진 뒤 미국과 호주는 인도-태평양 번영과 안정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미국-호주-일본의 에너지 및 주요자원, 인프라 투자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나아가 동남아시아로의 진출에 협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 바다이용 촉진에 한 목소리를 냈으며, 동시에 해양경비 강화 및 해양지배구조 개선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미국-호주-일본의 주요 협력 대상국으로 ‘인도’를 명기했으며, 아세안 국가들의 인프라 개발을 촉진하자는데 합의했다.

◇ 폼페이오 순방 핵심 포인트는 ‘중국 고립’

공동성명에 ‘중국’을 명기하지 않았지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임이 분명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되는 주요 국가들을 살펴보면 인도와 아세안, 태평양 연안 섬들인데 중국과 태평양 사이에 위치한 나라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의도는 이들 국가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해 중국의 해양진출을 막고 내륙에 고립시키기 위한 목적에 가깝다.

아세안 국가들의 ‘주도적 인프라 건설’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키고 아세안 국가들의 개발자금을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넘어선 G1으로 발돋움 한다는 ‘중국몽’을 달성하기 위함이었다. 미국이 아세안 국가들의 ‘주도적 건설’을 강조한 데에는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이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이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중국을 향한 군사적 압박이 있었던 것도 호주에서였다. 에스퍼 미 국무장관은 “몇 달 내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원한다”고 했다.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로부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댔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각 미국이 중요협력 대상으로 적시했던 인도 정부는 잠무-카슈미르 지역을 연방 직할지 형태로 통치하겠다고 밝힌다. 잠무-카슈미르 지역 일부는 중국이 자국영토로 주장하며 인도와 분쟁을 벌이는 곳이다. 당연히 중국은 “영토주권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 중국과 태평양 사이 쐐기 박기

미중 간 무역갈등도 단순히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적 카드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나 무역전쟁에 ‘휴전’을 선포한 것도 경제적 충격파를 상쇄하기 위한 목적에 불과하며, 파국은 시간문제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3,000억 불 규모의 중국제품에 추가관세를 예고했고, 25년 만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전략을 당연히 파악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의 특정인들은 어디를 가든 중국을 괴롭히고 있다. 이제 그들은 중국과 태평양 섬 국가들 사이 쐐기를 박으려고 시도한다”며 “중국과 태평양 섬나라들은 깊은 전통적 우의를 공유하고 있고, (미국의) 그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은 최고의 발언권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비판할 권리나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 당초 중국 내에서는 무역갈등이 양국 모두에게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좋게 마무리 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본질이 양국 간 패권전쟁에 있음을 인지한 뒤로는 ‘결사항전’ 분위기라고 한다. 양국 간 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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