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일본 캐치 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뉴시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일본 캐치 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하여금 한미 FTA에 나서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했던 김현종 안보실 2차장이 당시 한일 FTA는 자신이 직접 협상을 깨뜨렸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 공략과 국내 경제구조 개혁의 효과가 기대됐던 한미 FTA와 달리, 한일 FTA는 우리에게 전혀 이익이 없었다는 점에서다.

12일 tbs라디오에 출연한 김현종 2차장은 “부품·소재 분야와 핵심 장비 분야에서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기술적인 면에서 격차가 너무 컸었다”며 “우리가 많이 향상됐고 경쟁력도 많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5년 전에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FTA를 했을 경우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이 될 것 같다고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2차장은 한일 기술격차 외에 일본의 ▲비관세 무역장벽과 ▲일본 내각의 극우화가 한일 FTA를 반대했던 이유로 설명했다. 관세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까다로운 통관절차로 기업에 어려움이 있었고, 일본 특유의 문화로 인해 시장에서 한국제품의 선전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한론’을 주장하는 극우세력이 집권하던 시기의 일본과 한일 FTA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김 2차장은 “예를 들어 70년대 김우중 회장이 와이셔츠를 일본에 수출하려는데 셔츠 카라에 들어가는 핀에 규격이 있다. 우리가 수출하려고 했더니 이게 길다, 두껍다, 뾰족하다 이런 근거를 대서 수출하는데 매우 애로가 많았다”며 “비관세 무역 장벽이라는 게 (일본은) 굉장히 쎄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국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가마우지로 작용하는 현 구조에서 탈피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20조 원 수준의 R&D 투자를 잘 활용하고 외국의 우수한 인력들을 데려온다면 일본을 따라잡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게 김 2차장의 판단이다.

그는 “일본에서 (수출하는) 전략물자가 1,194개가 된다.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게 몇 개인가 자세히 봤더니 손 한 줌 된다”며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TV나 반도체나 휴대폰 같은 경우 사실 (일본을) 모방한 상품들이다. 모방을 했다는 뜻은 우리가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다른 국가에서 LCD나 TV나 반도체, 휴대폰을 만들어도 우리의 부품소재 핵심 장비를 만들어서 수출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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