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미디어그룹의 두 사외이사가 여전히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키위미디어그룹의 두 사외이사가 여전히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규모 계약 공시번복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감자 및 유상증자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키위미디어그룹의 사외이사 실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위미디어그룹은 당초 석탄 사업을 영위하던 키스톤글로벌을 정철웅 대표가 2016년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곳이다. 2017년 영화 ‘범죄도시’의 배급을 맡아 흥행에 성공했고, 지난해 아이돌그룹 ‘공원소녀’를 데뷔시키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키위미디어그룹를 둘러싼 기류는 심상치 않다. 키위미디어그룹은 지난달 중국 천진유한공사와 맺었던 콘텐츠 및 제품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된 계약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키위미디어그룹은 2017년 7월 천진유한공사와 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초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뒤인 지난해 7월 계약규모가 2,000억원으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한국과 중국의 정치문제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계약 이행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다시 1년 뒤, 키위미디어그룹은 결국 계약해지를 공시했다.

키위미디어그룹의 이 같은 계약해지는 2017년 불거진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거진 ‘사드 갈등’의 여파로 해석된다. 사업 및 계약 본연의 문제라기 보단 외부 요인에 의한 측면이 크다. 이에 대해 키위미디어그룹은 “계약한 물건을 언제든지 납품할 수 있도록 준비했으나, 계약상대방 측은 한중 양국의 정치문제로 인해 당장 진행이 어렵다고 답변했다”며 “향후에도 계약 이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해지 통보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장사로서 공시한 계약을 하나도 이행하지 못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 대한 약속을 어긴 것이자 주식시장 전반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 계약 건은 2017년 첫 발표 당시 최근 매출액 대비 3,455%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이에 한국거래소 측은 키위미디어그룹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한편 7점의 벌점과 7,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이런 가운데 키위미디어그룹은 최근 감자를 결정하고, 유상증자 계획도 앞두고 있는 등 경영상 복잡한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주가도 급등과 급락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탄 바 있다. 따라서 투자자, 특히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특히 키위미디어그룹의 경우 최대주주 측 지분이 4.13%에 불과하고, 나머지 95.87%의 지분을 소액주주들이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해야할 사외이사들의 활동은 저조하기만 하다.

키위미디어그룹은 현재 김호진, 황석희 두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2016년 처음 선임된 두 사람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돼 3년의 임기가 추가됐다. 그러나 올해 16차례 열린 이사회 중 참석한 것은 각각 2번과 3번에 불과하다. 출석률은 각각 12.5%와 18.7%다. 이들이 모두 불참한 이사회의 안건 중엔 감자 등 경영상 중대한 사안도 있었다.

두 사외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38차례 열린 이사회에 김호진 사외이사는 2번, 황석희 사외이사는 4번 참석했다. 2017년에는 27차례 이사회 중 김호진 사외이사만 2번 참석했고, 황석희 사외이사는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IMF와 함께 도입된 사외이사제도는 이후 오랜 세월 유명무실한 제도로 명맥만 유지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높아지면서 사외이사를 향한 시선 및 운영 실태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특정 사외이사가 10년 넘게 한 회사에 머물거나, 이사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등의 문제점은 이제 흔치 않은 일이 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되는 키위미디어그룹의 실태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시사위크>는 키위미디어그룹 측에 사외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 배경 및 향후 대책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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