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리더스 기술투자의 사외이사가 돌연 중도 퇴임했다.
지난 4일, 리더스 기술투자의 사외이사가 돌연 중도 퇴임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신기술사업금융회사 리더스 기술투자가 자격요건에 알맞지 않은 사외이사를 선임했다가 중도 퇴임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결격사유로 인한 사외이사 퇴임은 극히 드문 사례일 뿐 아니라, 투자회사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리더스 기술투자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김윤석 사외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퇴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김윤석 사외이사는 3년의 임기는커녕 6개월도 자리를 지키지 못한 채 물러났다.

리더스 기술투자 측은 ‘일신상의 이유’라며 구체적인 퇴임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따른 퇴임으로 보인다. 김윤석 사외이사는 최근 한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2곳의 회사에서 전무 및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것이 알려졌다. 현행 규정상 사외이사는 2곳 이상의 회사에서 이사나 집행임원, 감사로 재직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퇴임 이유 및 결격사유 인지 여부 등을 묻고자 했으나, 리더스 기술투자 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리더스 기술투자는 창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한편, 이들이 우량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전문적·체계적인 지원을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의 가장 기본적인 자격요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촌극을 연출하게 됐다.

특히 이번 촌극은 리더스 기술투자가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벌어졌다. 리더스 기술투자는 지난 2월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비앤에이치투자에서 리더스에셋홀딩스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이어 6월엔 새로운 최대주주 측 인사가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상호 또한 기존 제미니투자에서 리더스기술투자로 바꿨다. 김윤석 사외이사가 선임된 것도 이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자격요건에 위배되는 사외이사의 선임 및 활동을 원천 방지할 수 없다는데 있다. 현행법상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는 요건이 명시돼있지만,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관계당국이 이를 확인 또는 심사하는 절차는 없다. 이번 리더스 기술투자의 사례도 언론보도를 통해 겸직이 알려졌고, 만약 알려지지 않았다면 김윤석 사외이사가 더 오래 재직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렇다 할 사후 제재도 없다. 결격사유가 확인된 경우, 해당 사외이사의 자격상실과 함께 기존에 행사한 의결권이 원천무효로 처리될 뿐이다.

사외이사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일반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외이사 제도의 허점은 일반 소액주주의 피해 및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에 앞서 관계당국이 신고 또는 심사 등을 거칠 경우 지나친 간섭이 될 수 있다”며 “자격요건 미달 등의 사안이 드러난 경우엔 법규정에 따라 자격상실과 의결권 무효 등의 조치가 내려지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주식시장 관계자는 “굵직한 대기업들의 경우 사외이사들의 면면이 큰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악용될 소지도 없지 않으므로 투자자들의 세심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을 일일이 감시하고 간섭할 수는 없겠지만, 사각지대 및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