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주요 경영현안에서 회사 안팎의 기대와 엇박자를 낸 결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 페르노리카코리아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주요 경영현안에서 회사 안팎의 기대를 저버린 결정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 페르노리카코리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페노리카코리아의 행보가 업계 안팎에서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가격 정책과 노사 관계 등 주요 경영현안들이 시장 분위기를 역행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 ‘업황 살리자’ 한마음 한뜻… ‘발렌타인’ 엇박자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이단아를 자처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해 임원 성희롱 논란으로 위스키 업계를 뒤숭숭하게 만들더니 최근의 가격 하락 기조에서도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현재 위스키 업체들은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고 돌아선 주당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싸고 적게 마시는’ 음주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으며 위축된 위스키 소비를 진작 시키기 위해 어깨에 힘을 빼고 있다.

토종 위스키 제조사 골든블루는 주력 위스키 4개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국내 로컬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의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포함해 ‘팬텀 디 오리지널’, ‘팬텀 디 오리지널 17’, ‘팬텀 더 화이트’ 4종의 가격을 최대 30% 낮추기로 했다. ‘팬텀 디 오리지널’은 지난해 6월 가격을 10% 한 차례 낮춘 바 있다. 1년여 만에 추가로 4.2%를 내린다. 출시 1년도 안 된 신제품 ‘팬텀 디 오리지널 17’도 가격을 낮춘다. ‘팬텀 더 화이트’는 무려 30% 가격을 인하한다.

골든블루가 주요 제품 가격을 대폭 낮추기로 한 건 침체된 국내 위스키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경기 불황과 김영란법 등으로 ‘술 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비싼 술’이라는 인식이 강한 위스키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 약 284만 상자(500ml 18병 1상자 기준)이던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지난해 약 150만 상자로 줄었다.

또 리베이트 쌍벌제를 골자로 하는 ‘주류 거래질서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결정이기도 하다. 골든블루는 “주류 관련 도·소매업체와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한다”면서 “소비자 부담을 줄여 10년째 하락하고 있는 국내 위스키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 노사 문제도 일방통행… 멈추지 않는 ‘마이웨이’

‘윈저’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도 부진에 빠진 업황을 살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 윈저와 저도주 W 시리즈 등 주력 제품 6종의 출고가를 26일부터 인하키로 했다. 또한 페르노리카코리아로부터 ‘임페리얼’을 인수한 드링크인터내셔널도 제품 출고가를 15% 내렸다.

이처럼 주요 위스키 제조사들이 업황을 살리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공동 전선에서 이탈해 있다. 오히려 가격 인상이라는 정반대의 결정으로 전의를 다지고 있는 동종업계의 자활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7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과 로얄살루트 등 7종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공문을 거래처에 보냈다. 가격 조정 시점은 업소용은 이달부터, 가정용은 오는 11월부터로 알려진다. 페르노리카 측은 원액가와 물류비, 고정 관리비 등의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은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내려가는 건 저렴한 축에 속하는 ‘로컬 위스키’인데 페르노리카는 임페리얼의 판권을 매각해 관련 카테고리가 없어 가격 인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사 문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페르노리카는 기대를 저버린 결정으로 빈축을 사 왔다. 지난해 성희롱과 욕설로 논란이 된 임원을 장투불 대표가 나서 두둔하는 등 납득할 만한 인사조치를 취하지 않아 구성원들의 거센 비판을 샀다. 뿐만 아니다. 경영진의 경영 실책으로 악화된 회사 사정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돌파해 노사 갈등이 절정에 다다랐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올 초 발표한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270명(비정규직 포함) 중 176명을 내보내 94명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워 노조의 반발을 샀다. 페르노리카는 지난 3월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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