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소미아 연장 종료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소미아 연장 종료와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청와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종료의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역사를 경제문제와 먼저 연계시킨 게 일본이며, 한국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며 적대시하고 있는 국가도 일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실망’ ‘우려’ 등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미국을 향한 측면이 컸다.

28일 춘추관 브리핑에 나선 김현종 2차장은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 간 고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민감한 군사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의 주장처럼 한일 양국간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황에서 지소미아를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는 시행령을 발표한 일본 정부에 대해 “강한 유감”도 드러냈다.

문제는 지소미아 종료가 자칫 한미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청와대는 “미국도 이해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 미국 당국에서 전해지는 내용은 심상치 않다. 미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실망”이라는 입장을 내놨고,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워싱턴은 서울이 생각을(지소미아 종료) 바꾸기를 바란다”고 했다. 독도를 포함한 우리의 동해수호훈련에 대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미동맹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종 2차장은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조치에 대해 (미국이) 실망을 표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며, 실망은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호국과의 정책적 차이가 있을 때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로 흔들릴 한미동맹이 아니다”고도 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앞서 청와대는 미국 백악관과 충분한 소통을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구체적인 ‘중재’를 요청한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우리 입장을 자세히 밝혔고 ‘이해했다’는 답변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물론 이는 우리 측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미 보다는 결정 배경 등에 대해 ‘인지했다’는 뜻에 가깝다.

◇ ‘안보역량 제고해 대등한 한미동맹 구축’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는 ‘대등한 관계’의 한미동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야심찬 메시지도 내놨다.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분업 형태의 다자안보에서 벗어나, 한국이 독자적인 국방이 가능하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더욱 가치있는 동맹국이 될 것이라는 취지다. 김 2차장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퇴보하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 기반해 우리의 국익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보도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수 없다면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당당하고 주도적으로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군 정찰위성, 경항공모함 및 차세대잠수함 전력 등 핵심 안보역량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된다면 우리가 능동적으로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 당국의 판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안보정책은 큰 틀에서 한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전통적 전략과, 인도-태평양 전략 두 가지다. 최근 폼페이오 장관은 호주를 방문해 인도-태평양 전략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다만 인도 태평양 전략은 일본이 중심인 안보전략이어서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 2차장은 미국의 진짜 의중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 2차장은 “중요한 것은 큰 전략적 목표를 갖고 당면 현안에 대응하여 결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라며 “우리의 지정학적인 가치와 안보역량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과소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안보전략을 구상함에 있어 한국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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